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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의 사업 분야를 자세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룹 이름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삼립식품,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모르는 소비자는 없다. 그 시절 우리는 삼립식품의 호빵을 먹었고 더운 여름 베스킨라빈스를 방문해 아이스크림으로 불볕더위를 이겨냈다. 어린 시절 꿈과 동심을 키워준 해당 식품 뒤에 가려진 수많은 임직원과 노동자의 헌신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며 조금씩 깨달았다.
어린 시절의 동심을 키워준 해당 식품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손가락이 끼여 약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어야 했고 누군가는 제빵공장의 기계에 끼여 세상을 떠나야 했다. 잦은 산업재해로 SPC그룹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여론은 분노하 수원호매실지구 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3년 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1000억원을 들여 그룹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5일 경기도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펀드 비과세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한마디에 신속하게 움직인 SPC
2023년 8월, 50대 여성 노동자 한 분이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당시 노조는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와 SPC그룹을 향해 더 이상의 죽음 텔레마케팅 을 방치하지 말라고 호소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를 촉구했으나 정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많은 언론이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는 심층 기사를 쏟아냈으나 사건은 시간의 흐름 속에 파묻혔고 유가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7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 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단기사채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여 숨졌던, 바로 그곳이다. 참고로, 대통령은 주로 해당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거나 R&D 현장을 점검하고 성장동력을 확인할 때 기업을 방문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에 리허설을 반복하며 동선 체크와 예상 질문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기업의 중대재해 사고를 확인하고 노동 처 신축빌라분양 우 이슈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비판하기 위해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격려와 지지보다 질책과 훈계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산업재해는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자신도 노동자 출신이며 산업재해 피해자다. 이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까지 언급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산재는 자신의 지난날이고 바로 대통령 자신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SPC그룹은 생산직 야근 8시간 이내 제한, 인력 확충과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개편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심야 장시간 업무로 인해 노동자들이 사고 피해자가 됐다고 대통령이 강조하자 허영인 회장은 곧바로 근무 형태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SPC만의 문제도 아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사장이 직접 중대재해 사고 방지와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도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등 올해만 4번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원청이 하청에 위험 업무를 떠맡기는 구조가 수년째 고착화된 데 있다. 기업 현장에선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며 돌린다고 얘기한다. 그 결과, 한 해 평균 610명의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된 채 목숨을 잃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 모습 ⓒ연합뉴스


사회적 책임, 복지 아닌 당연히 해야 할 의무
해외 대학 교수들은 국내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가장 빨리 응답하는 반면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점에 항상 의문과 놀라움을 표한다. 사회적 책임(CSR)에서 공유가치 창출(CSV)로 그리고 다시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ESG)로 트렌드가 변화할 때마다 국내 모든 기업에 관련 부서가 신설되고 임원급이 해당 부서를 이끌지만 조직 성과와 브랜드 가치에 직결되는 흔적을 남긴 경우는 보기 드물다.
기업인을 만나면 사회적 책임을 복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구성원을 위해 기업이 배려해야 할 혜택으로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는 임원이 많다 보니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지나가는 유행어로 치부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실천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회적 책임은 구성원을 위한 복지와 혜택이 아닌 시민사회와 구성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 도리, 책임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경영학 주요 학술지에서 사회적 책임을 연구한 논문은 1000편이 훨씬 넘는다. 관련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을 몇 가지 얘기하면, 소비자는 사회적 책임을 진정성 있게 실행하는 기업과 겉치레로 실행하는 기업을 시간이 흐를수록 정확히 구분하고 인지한다는 점이다. CSR, CSV, ESG 등 그때그때 간판만 바꿔 조직을 신설하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장기적 측면에서 좋지 못하다는 결론도 많다.
SPC그룹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와 대국민 사과를 했다. 3년 전, 허영인 회장이 직접 1000억원을 들여 기업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사고는 반복됐다. 최고경영자가 강조한 약속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건 현장의 업무 풍토나 문화가 혁신하기 어려울 만큼 후진적이거나 경영진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기업들은 철야 작업과 야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국내는 유독 야근에 색안경을 낀다고 불평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기업에 우호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조차 2023년 '한국의 재도약을 위한 S-커브(상승곡선)' 보고서에서 불필요하게 긴 업무 시간으로 인한 노동 비효율성을 정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한국의 업무 시간은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늘 하위권을 맴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먹고살겠다고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일터가 피눈물로 얼룩지는 사태는 멈춰야 한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