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철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3일 열병식 뒤안서 북·러 수뇌회담 북중러 회담 불발 대신 북러 밀착 가속金·푸틴, 두만강 접경 교류 촉진 합의두만강 통한 동해 진출은 中 오랜 숙원북러, 中 보란듯 두만강 진출 틀어막아

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은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으로 붉게 물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양옆에 세우고 북·중·러의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그러나 주의 깊은 관찰자들에게 정작 이번 이벤트에서 눈에 띈 장면은 북중러 3자 수뇌 회동이 아닌, 중국의 안방문배철강 주식
에서 벌어진 북러 밀착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북러 수뇌, 2시간 30분 단독 회담

김정은과 푸틴은 중국의 안방에서 무려 두 시간 반 동안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혈맹 관계를 한층 더 심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주제 중 하네패스 주식
나는 ‘북러 접경지역 교류 활성화’였다.

기존 두만강 하구의 철교 교류에 더해, 새로운 자동차 전용 다리를 건설해 물류·인적 왕래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24년 6월 평양에서 체결된 북러 정상 간 합의를 구체화한 조치로, 지난 4월 말 양측은 나선과 하산에서 착공식을 동시에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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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는 이미 철도 전용 ‘우정의 다리’를 통해 교류해 왔지만, 이번 자동차 다리는 그 상징성과 실질적 파급력은 차원이 다르다. 북한 노동신문은 “쌍무협력을 다각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두 나라 친선관계 발전에 새로운 역동을 더해주는 의의 깊은 계기”라고 평가했고, 러시아 총리 미슈스틴 역시 이를 “평화와 친선의 상징”황금성다운로드
이라 강조했다.



중국의 ‘동해 진출 꿈’, 두만강 하구서 가로막히다

중국은 오랫동안 두만강 하구를 통한 동해 진출을 숙원으로 삼아 왔다. 지리적으로 동해와 가장 가까운 지점은 지린성 훈춘시로, 이곳이 항구 기능을 하게 된다면 중국은 동창해에너지어링 주식
해는 물론 장차 북극항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동북아 세력 균형을 뒤흔들 카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두만강 하구의 국경선 17km는 북한과 러시아가 나눠 갖고 있으며, 중국은 바다와 단절돼 있다. 북러 접경 두만강은 폭 500m, 수심 1~2m의 얕은 강이다. 이대로는 선박 운항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북한 측에 준설 공사를 제안하며 훈춘항을 통한 동해 진출을 타진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신 나진과 청진 항을 활용하라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곧 중국의 독자적 동해 진출 꿈을 봉쇄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중국은 현재 나진 부두를 사용하는 대가로 북한에 사용료를 내고 있다.



북러 합의, 중국의 속을 태우다

이번 북러 합의는 중국에 치명적이다. 두만강 하구에서 양측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중국의 동해 진출 꿈은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중국으로서는 자국 전승절 행사에서 자국의 오랜 숙원이 북러의 손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장면을 목도한 셈이다.

더구나 북러 협력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군사·안보적 함의까지 품고 있다. 자동차 다리가 완공되면 물류 이동뿐 아니라 인적·군사적 이동도 한층 수월해진다. 러시아가 필요 시 한반도 북부로 병력·장비를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것이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 동북아 질서 내 주도권 경쟁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청의 연해주 상실과 ‘동해의 꿈’ 좌절

중국(정확히 말하면 ‘한족의 중국’이 아닌 ‘만주족의 중국 청(淸)’, 한족의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 전까지는 만주를 포함한 소위 ‘동북3성’과 지역적 연이 없다는 것이 사계의 객관적 견해다)과 동해의 연은 이미 165년 전에 끊어졌다. 19세기 중엽 청나라는 러시아에 연해주를 내주며 동해와 단절됐다. 1858년 아이훈조약과 1860년 베이징조약을 통해 우수리강 동쪽, 즉 오늘날 연해주 전역을 러시아에 할양한 것이다. 그 결과 청은 동해로의 창구를 완전히 상실했고,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부동항을 확보하며 태평양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이 지금도 동해 진출을 갈망하는 배경에는 이 역사적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연해주 상실로 닫혀버린 창구를 되찾으려는 집념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북러 밀착은 그 꿈을 또다시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북중러 연대’는 서방 상상의 산물

베이징 전승절 장면은 겉으로는 북중러의 반미 연대를 드러내는 듯 하지만, 이면에는 균열의 씨앗이 존재한다. 모든 국제관계가 그렇지만 이들 3자도 다들 속셈이 다르다. 북한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으며 접경 개발을 추진하는 순간, 중국은 배제되고 견제받는 입장에 놓인다. 이는 북중러 3각 협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전략적 결속을 강화하며 ‘양다리 외교’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을 의전 2위로 대우했지만, 정작 김정은은 중국 안방에서 그들의 꿈을 깨버리는 협약을 푸틴과 맺었다. 이는 중국의 체면을 구기는 동시에, 북러 혈맹관계가 중국의 이익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북러의 두만강 접경 협력은 단순한 국경 개발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를 흔드는 지정학적 사건이다. 중국의 안방인 베이징에서, 중국의 오랜 동해 진출 꿈은 김정은과 푸틴의 합의로 산산조각 났다. 역사적으로 연해주를 러시아에 빼앗긴 후 한 세기 넘게 이어져 온 동해로의 진출 집념은 또다시 좌절됐다. 베이징 천안문 열병식 망루에 나란히 선 푸틴-시진핑-김정은의 모습은 겉으론 ‘북중러 연대’였지만, 실상은 중국의 심장을 찌르는 북러의 비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