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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주름이 술이나 발전하고 조용히 약간 니까.[김병모 기자]









▲  선암사 해우소.


ⓒ 김숙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시인의 시 구절이다. 서러운 일이 생겨 울 일이 생기면 선암사 뒷간(해우소)에 가보라는 말이다. 마치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요동 벌판을 울고 싶은 호곡장(號哭場)이라 했듯 선암사 뒷간 역시 후순위대출채권 울고 싶은 곳으로 안성맞춤이다. 세상을 살면서 어찌 남몰래 울 일이 없겠는가. 필자 역시 선암사에 간 일이 있다.

선암사 강선루가 보이는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를 지나 운수암으로 오르는 돌담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붙은 수백 년 수령 매화나무가 줄지어 있다. 그곳에서 매화나무는 허름한 옷을 걸친 하나은행 공인인증서 노파처럼 거친 호흡을 몰아쉬고 있다. 조계산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놀란 매화나무는 부랴부랴 봄을 알리는 새싹을 띄운다.
그중 밑 동이 유난히 휑하니 드러난 한 그루가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새싹을 드러낸다. 낡은 헝겊으로 허리를 감싸고 지주 대에 의지한 그 매화나무는 머지않아 봄 기운 받아 새싹 사이로 홍매화를 보일 것이다. 뒷간을 다녀온 국민임대주택 가격 필자를 아는 듯 그는 발길을 붙잡고 뭔가 위로하려 한다.
그 매화나무를 본 지 달포가 지났지만, 자꾸 눈에 밟힌다. 다시 선암사로 향한다.
필자는 지금 울 일이 생겨 선암사에 가는 길이 아니다. 기나긴 세월에 지친 그 매화나무가 홍매화를 피우기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그 선암매(仙巖梅)가 나를 위로했듯 그를 위로하고 싶어 ibk기업은행 atm 가는 길이다.
선암사 선암매는 50주 정도로 원통전과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돌담길에 위치한다. 선암매는 600여 년 전 천불전 앞 와송과 함께 심어진 것으로 알려져 2007년 천연기념물 제 488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선암매 향기가 가득한 길목 건너편 진영당(眞影堂)에는 원교 이광사(1705~1777)의 '진 소상공인지원협의회 영당' 현판과 문간에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계일화조종육엽(世界一花祖宗六葉)' 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이채롭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 유배 시 해남 대흥사에 잠시 머무를 때 원교 이광사의 현판을 내리고 자신의 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일화 때문인지 선암사의 같은 공간에 걸린 두 편 액이 예사롭지 않다.
필자가 선암매 향기에 점점 취해 가고 있는데 저만치 한 노(老)스님이 상춘객(賞春客)들에게 선암매에 관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하고 있다. 필자 역시 슬그머니 귀동냥하는데 들을수록 흥미롭다. 한 시인의 시 구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선암사 뒷간과 선암매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단다.
특히 스님은 가운데 밑 동이 거의 사라지고 한 줄기만 간신히 붙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선암매를 가리키며, 보라!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올해도 어김없이 저 매화나무는 우리에게 홍매화를 안겨줄 것이라고 한다.
스님의 해설이 점점 깊어가는데 듣는 상춘객들의 몸짓이 이상하다. 그들은 약속된 다른 일정이 있는 모양이다. 그 틈을 노린 필자가 스님 옆으로 바짝 다가선다. 매화 거리 한쪽에선 중년으로 보이는 한 화가가 선암매를 수묵화 화폭에 담고자 삼매경(三昧境)이다. 매화 거리엔 묵 향이 자욱하고 노 스님의 이야기는 더욱 깊어지는데 선암사 입구 찻집에서 배어 나온 차 향까지 바람 타고 코끝을 자극한다.
스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서기 아쉬워 선암사 입구 찻집을 기웃거린다. 선암사 길목 조계산 자락 이슬과 안개를 먹고 자란 야생차란다. 차를 마시면서 속삭이는 소리. 선암사 뒷간(해우소)을 가지 않고도 수백 년 수령 매화나무 새싹을 바라보기만 해도 위로 받는다고 한다. 그 매화나무에서 핀 찬란한 '선암매(仙巖梅)'를 보는 것은 크나큰 덤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