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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진흥회 온라인 카페에서 장정길 선생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걷고 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든 생각은 ‘세상에 이런 일이!’였다. 팔순을 넘긴 아버지와 50대 후반의 아들이 44일간이나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든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산티아고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는 경우는 그들이 유일했다고 한다. 다른 아버지들이 부러워할 일이다.
장 선생은 2019년 4월 제7회 21세기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1200㎞에 76세의 나이로 도전했다. 서울에서 도쿄(東京)까지 부모님동의 53일간 1200㎞를 걸어가는 일이다.
소식을 들은 아들은 참가경비를 대납했으며 출정식이 열린 4월 1일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부인과 함께 대장정에 오르는 아버지를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아들은 미국의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 한국법인의 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복을 받는다는 실증사례가 아닌가 새희망네트워크 생각된다.
국내 구간을 걷는 동안 아들은 충주의 숙소로 찾아와 아버지의 건강을 확인하고 단원들에게 술을 대접했다. 일본 구간에서는 휴가를 얻어 3일간 아버지와 함께 걷기도 했다. 아버지가 참가한 ‘3·1 독립만세운동 기념걷기대회’ 종착점에서는 아들과 며느리가 나와 아버지를 환영하며 모시고 가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복날이 되면 지인들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과 삼계탕을 사 드시라고 며느리가 용돈을 보내온다고 하니 주변 동료들은 이런 그를 무척 부러워한다.
장 선생은 2019년 조선통신사 걷기에 다녀온 그해 교통사고로 6개월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발목이 부러졌는데 다행히 인대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입원 중에도 틈틈이 걷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퇴원한 그해 2020년 중고차딜러 9월에 열린 ‘9·28 서울 수복 기념걷기 대회’에 참석해서 66㎞를 완보했다. 지금껏 그가 걸은 거리의 누계는 4만㎞로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다.
그는 1943년생이니 올해 82세다.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고2 때 아버지를, 고3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졸지에 가장이 되어 어린 동생들과 생활하던 중 친척의 주선으로 22세에 아내와 결혼 개인회생 급여압류 해서 3남 1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부부 금슬이 좋았지만 부인이 파킨슨병으로 5년의 투병 끝에 2012년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부인을 떠나보내고 헛헛함과 그리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았으며 이후 걷기에 취미를 붙여 국내외 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동료들 가운데서는 최고령이지만 꼰대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늘 잔잔한 미소를 띠며 스스럼없이 젊은 동료들과 어울린다. 나이가 들면 양기가 입으로 모인다는데 그는 평소 말수가 적으며 꼭 필요한 말만 한다.
그를 만났던 날, 대화를 끝내고 목요걷기 집합장소인 명동역까지 약 2㎞를 함께 걸었는데 젊은이 못지않은 경쾌한 발걸음이었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국내외의 길을 걷고 싶다며 걷고 싶은 길을 열거하는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에서는 젊은이 못지않은 기백이 느껴졌다.
장 선생님! 아무쪼록 지구별을 떠나시는 그 날까지 씩씩하게 걸으시며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모델로 우리 곁에 오래 있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보기 드문 효자 아들과 며느리를 칭찬하며, 그런 아들로 길러낸 장 선생님이 자랑스럽습니다.
허남정(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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