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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텔레그램 '겹지방'에 잠입하다② 학교로 간 딥페이크, 가해자가 돌아왔다③ 유포는 끝나지 않는다
지난 1월,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고 있던 제작진에 갈보리 게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2년 넘게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고 있는 다미(가명) 씨의 친언니였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제보에는 그동안 다미 씨가 겪은 이른바 '지인 능욕'과 온라인 스토킹, 개인 사칭 등 피해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다미 씨는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 1월 또다시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를 입었다. 캐피탈대출
다미 씨의 피해 사례는 일부 가해자를 체포하거나 온라인상의 성범죄물을 삭제하는 일회적인 조치로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타파는 끝나지 않는 유포의 고통을 겪고 있는 다미 씨의 피해 사례를 심층 취재하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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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야동’ 주인공이 됐다 : 다미 씨의 피해 사례
첫 번째 사건은 2년 전 일어났다. 누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미 씨에게 남성의 성기 사진과 여성의 나체 사진을 보내왔다. 노골적인 성희롱 메시지도 이어졌다. 
다미 씨는 해당 메시지를 제1금융권 보낸 인스타그램 계정을 들어가 봤다. 해당 계정에는 다미 씨의 ‘셀카’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옆에 다미 씨와 상관없는 여성의 나체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계정의 주인은 자신이 마치 다미 씨인 것처럼 글을 쓰기도 했다. 
다미 씨는 더 이상 자신의 사진이 유포되지 않도록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바꿨다. 하지 국민주택기금대출신용등급 만 이후에도 수십 개의 낯선 계정이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왔다. 누군지도 모르는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팔로우’를 걸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다미 씨는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듬해 2월, 성희롱 메시지는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참다못한 다미 씨가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온 가해자 한 명을 추궁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누군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다미 씨에 대한 신상 정보와 사진, 허위 사실 등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해자와의 대화 이후, 팔로우 신청이 '폭탄'처럼 쏟아졌다. 1분에 1명꼴로 신청이 들어왔다. 다미 씨가 항의해도 가해자들은 성희롱 메시지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다미 씨의 고통을 즐기는 듯했다. “님, 저 여자한테 욕 먹는거 좋아하니까, 욕해주세요”, “텔레그램에서 봤어요”.
이 일로 다미 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포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다미 씨 친언니는 친척 동생에게 연락을 받았다. 다미 씨의 영상이 불법성인사이트에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OO(나이), 걸레 전여친 OO(피해자 실명)’ 이란 제목의 허위영상물이었다. 다미 씨의 얼굴이 나온 사진과 비동의 불법 촬영 피해물 속 여성이 교차 편집된 영상이었다. 실제 인물의 신상정보와 성범죄물을 함께 편집·게시하는 방식은 최근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다. 현행 성폭력 처벌법 14조의 2, 제1항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편집’ 형태의 영상물 역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불법 성인사이트에 피해자의 실명이 명기된 제목으로 '편집'된 허위영상물이 올라왔다


다미 씨는 2023년부터 총 네 차례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가해자 1명이 체포된 적이 있지만, 정작 피해자의 고통과 유포의 피해는 나날이 커졌다. 경찰서 민원실의 전광판에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문구가 나왔지만, 일선 경찰들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다미 씨가 피해를 호소할 때마다 경찰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다미 씨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삭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운영자조차 특정되지 않는 불법성인사이트의 게시물은 처리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편집'된 허위영상물 피해자 다미 씨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자기 탄생하지 않았다
다미 씨의 딥페이크 영상물이 올라온 불법성인사이트에는 더 많은 피해자들의 신상정보와 불법 성범죄물이 있다. 아직 수면 위에 올라오지 않은 더 많은 디지털 성범죄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박사방 ·N번방 사건의 주요 가해자들은 체포되어 처벌받았지만, 당시 형성된 디지털 성범죄의 수법은 최근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 상의 가해를 넘어 직접 피해자에 접촉해 2차, 3차 착취를 이어가는 식이다. 




박사방 ·N번방 사건 당시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고수익 아르바이트 소개해주겠다며 인터뷰 면접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여성인지 내가 모르니까 인증을 하라'며 신분증 같은 것을 확인한 후 '여성인 것을 인증하기 위해 일정한 신체 부위를 노출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본인의 신체 일부를 보여주면 그걸 가지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의 가족들, 친구들에게 다 유포하겠다'라는 협박을 하고 2차, 3차 착취물을 제작하게 했습니다. 그런게 박사방 사건의 수법이었습니다.- 신진희 / 성범죄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




텔레그램이라는 특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형성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생태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인 능욕, 딥페이크 같은 형태로 범죄 방식을 바꾸었을 뿐이다. 숱한 사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디지털 성범죄를 양산해 내는 가해자들의 생태계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교한 딥페이크 기술 때문에 가해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계속해 왔던 디지털 성범죄 범행을 딥페이크라는 기술이 좀 더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끔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면서 환경이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딥페이크는 갑자기 탄생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은지 / 추적단불꽃 대표 · 반성착취 활동가 및 프리랜서 기자

달라진 성범죄, '벌레'처럼 되살아나는 가해
다미 씨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전문가들은 성범죄에 대한 과거의 인식·방법으로는 지금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운로드와 재유포가 가능한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한 명의 가해자를 특정해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2차, 3차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일부 게시물을 삭제하고 특정 가해자를 체포해도 언젠가 다시 범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공포에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대면형 성범죄의 전통적 방식은 강간, 강제추행, 지하철 추행 이런 것들입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와서 자기가 있었던 일을 진술하면 신고가 이뤄지는 거에요.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전혀 다른 거예요. 촬영하지 않는 제3자가 유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 촬영자가 유포한 것을 다운로드 받아서 그것을 계속 재유포하는 경우도 있고, 유포물을 다운로드 받은 제3자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서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신진희 / 성범죄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

디지털 성범죄 최일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더 교묘한 방식으로 법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불법 게시물을 찾아내 조치해도 어디선가 이 게시물이 올라오면 유포는 다시 시작된다. 다미 씨의 사례와 같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불법성인물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허위정보·허위영상물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기에 적용할 제도적 기반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 속에 피해자들은 자신과 무관한 딥페이크 사진, 영상을 두고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2차 가해에 내몰린다.  




피해자분들이 제일 두려워하시는 게 그 지점인 것 같아요. 실제 내가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믿을까 봐. 합성된 사진이나 영상, 나에 대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이 합성되거나 게시되어 올라가면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들의 떠돌 수 있고, 소문이라는 게 무성해지면 누구든 믿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입증할 방법이 없잖아요.- 김한솔 /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팀원

달라진 성범죄의 양태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벌레'같이 되살아나는 가해자들의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법 하나 바꾸는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
박사방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법 촬영물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자에 대해 3년 이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이 마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이제 막 첫걸음 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는 공백 상태나 마찬가지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인 플랫폼의 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많은 플랫폼들은 미온적이다. 이 와중에 디지털 성범죄의 생태계는 편의에 따라 플랫폼을 갈아타는 '전이'를 계속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이 문제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우리 사회의 민간부분이 이런 것을 같이 해야 된다는 부분에 있어선 아직도 너무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삭제 지원을 하는 데 있어서 플랫폼과 그 플랫폼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공조하거나 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되어 있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이 너무 부족합니다.-

법의 사각지대인 불법성인사이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운영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다 보니 관계 기관의 삭제 요청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인천 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의 경우, 지난해 1~9월 말까지 성인사이트를 대상으로 삭제 요청 건수가 565건이었지만,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사이트 같은 경우는 주로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고, 사이트 운영 목적 자체가 성착취, 성매매, 도박 이런 걸 광고하는 목적으로 개설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운영하는 사람들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법적 조치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지금 저희가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서 삭제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이제 부가통신사업자로 등재된 플랫폼 사업자들만 삭제 조치 의무가 있는 상황입니다.- 류혜진 /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총괄팀장

전문가들은 문제가 될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 것이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후적으로 제도를 손보는 방식 대신, 달라진 디지털 성범죄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회적·종합적인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 김새봄 springns@newstapa.org
뉴스타파 추적단불꽃 / 원은지 대표 56fla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