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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각) “유네스코가 분열적인 사회·문화적 대의를 조장한다”며 유네스코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2017년 첫 임기 시절 탈퇴했다가, 2023년 복귀한 지 2년 만에 재탈퇴 결정이다.



2025년 7월 23일, 파리에 있는 UNESCO 본부 앞. /연합뉴스


미국과 유네스코는 돈과 정치적 지향성을 두고 10여년 이상 마찰을 기금대출조건 빚었다.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자 미국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연방법 414조에 따라 연간 8000만달러(약 1100억원)이었던 분담금 납부부터 끊었다. 1990년대 제정한 이 법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 국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단체에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는 유엔 산하 기구에 자금 지원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제2금융권종류 다. 미국이 미납한 분담금은 갈수록 쌓여 5억 5000만달러(약 7600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유네스코는 미국이 보유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투표권을 회수했다.
미국과 유네스코는 이스라엘 지역 유적 등재를 놓고도 대립했다. 예루살렘 이슬람·유대교 성지나 헤브론 구시가지가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재되자 미국 측 불만이 쌓였다. 특히 2016년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유네스코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공동 성지 성전산(Temple mount)을 무슬림식 명칭(알하람 알샤리프)으로만 표기해 결의안을 채택하자 미국은 폭발했다. 이듬해인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유네스코부터 탈퇴했다.
2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미국은 유네스코에서 애초부터 내는 돈에 비해 역할이 마땅치 않았다. 2011년 기 저축은행 인수 준 미국이 내던 분담금은 유네스코 1년 예산 가운데 22%에 해당했다. 막대한 분담금에 비해 미국 내 세계유산(20여곳)은 턱없이 적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총 15건을 보유하고, 분담금 비중은 3.3%다. 미국으로선 정치적 논란까지 감수하며 유네스코에 머물 명분이 부족했다.



이프라임 무슬림 신도들이 라마단 금요기도 시작 전, 유대인들이 성전산으로 부르는 세계문화유산 알아크사 단지에 모여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바이든 행정부는 유네스코 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리를 비운 6년 사이, 중국이 이미 그 공백을 빠르게 메운 상태였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2020년대 유네스코 최대 재정 기여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현재 유네스코에 매년 4000만달러(약 550억원)을 낸다. 15.4%로 분담률 2위다. 1위 미국(22%)이 분담금을 내지 않고 탈퇴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중국이 전 세계에서 유네스코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이다.
유네스코 핵심 요직도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 외교관 출신 취싱(曲星)이 사무총장 바로 다음 직위 사무차장(Deputy Director-General)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유네스코가 실크로드 세계유산 공동 신청 프로젝트 등을 같이 진행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노선에 자리한 문화유산 보존과 등재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재건 사업으로, 시진핑 주석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국책 과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이 유네스코와 협력 협정을 맺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 인류 교육과 기술 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구가 중국 입김에 과도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중국 전통 오페라 형식 '쿤쿠 오페라(Kunqu Opera, 崑曲)'. /연합뉴스


영향력과 동시에 중국은 현재 ‘세계유산 1위’라는 실제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전방위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2025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는 이탈리아(61개)다. 중국은 60개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순위는 곧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먼저 ‘잠정목록(Tentative List)’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중국은 이 목록에 60여 개에 달하는 유산을 등록했다. 이탈리아 측 잠정목록(32개)에 비해 두 배 더 많은 수치다. 물량 공세를 해서라도 단기간에 1위를 빼앗겠다는 국가적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이 잠정목록에 올렸거나 등재를 추진하는 유산 가운데 일부는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처럼 억압 받는 소수민족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국제 사회와 현지 주민들은 이를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고유 문화와 역사를 도용하고,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정당화하려는 문화 공정으로 여긴다. 가령 중국은 티베트 라싸를 상징하는 유적 포탈라궁 주변에 유네스코 규정을 어기고 중국식 정자를 세웠다.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따르면 문화재 관리 당국이 진정성과 완전성을 훼손하면 안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포탈라궁이 지닌 고유한 역사성과 진정성을 중국 당국이 훼손했지만, 경고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List of World Heritage in Danger) 등재 같은 간단한 제지도 하지 못했다.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설치된 세계문화유산 안내판. 일제 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설명은 적혀 있지 않다. /연합뉴스


역사 왜곡 관련해 여러 번 국제적 비판을 받은 일본도 유네스코에서 중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하시마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등재 당시 약속했던 이행조치를 따르지 않았다. 일본은 자국 치부를 드러낸 중국 난징 대학살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자, 분담금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선택한 고립주의가 결국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져 국제적으로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킬리언 전 유네스코 주재 미국 대사는 NYT에 “미국이 팽창주의적, 권위주의적 강대국인 중국에 소프트파워 영역을 양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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