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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고교 맞은 편에 전자담배판매 무인점포가 새로 열었다. (사진=성가현 수습기자)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성가현 수습기자]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초등학교 앞 자기차량 . 고작 17m 떨어진 정문 앞 상가에는 ‘전자담배’ 간판이 붙어 있었다. 유리창에는 ‘OPEN’이라고 적힌 분홍색 네온사인이 반짝거렸고 그 너머 가지런히 진열된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는 손님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A 중학교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문부터 걸어서 1분쯤 걸리는 곳에는 신한수협 전자담배를 파는 무인점포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매장 벽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입장 시 어떠한 제재 장치도 없었다. 이 점포 주변으로는 A 중학교를 포함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무려 네 곳이나 몰려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노담(NO 담배)’ 캠 무직자신용불량자 페인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고 학교 주변 담배 판매 규제에도 여전히 전자담배 등이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를 구하기 위해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복사한 민증이면 OK…무용지물 성인인증, 마음만 먹으면 산다
30일 이데일리가 찾은 무 아파트 매매시 세금 인 전자담배 점포 2곳은 모두 학교 코 앞,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이 점포들은 ‘냄새 안난다’ ‘예쁘다’ 등의 광고 문구를 붙여 청소년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이들 무인 점포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허술했다. 실제 기자가 한 무인 점포에서 실물 신분증이 아닌 신분증을 출력한 종이로 시도해보니 곧바 청약가점계산기 로 성인 인증에 성공했다. 성인 신분증을 복사해 출력하기만 했는데도 담배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허술한 규제와 법적 공백에 빈틈을 노려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18)양은 “민증(성인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애들이 무인 판매점에서 인증해주거나 전담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뚫어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편의점, 술집, 전자담배 가게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며 허위 정부24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계정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이 계정 운영자는 “카카오페이 2만5000원, 문화상품권 3만원에 이름, 원하는 주민 번호로 만들어준다”고 홍보했다.



무인 전자담배 점포에 있는 키오스크 화면을 통해 다양한 전자담배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구매를 위해 주민등록증 인증만 하면 된다. (사진=성가현 수습기자)



신분증 확인 등 관리 허점이 드러난 전자담배 무인판매점에 대해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 23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학교 반경 200m 내 전자담배 판매는 금지됐다. 기존에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관련 규정이 없었다. 해당 법안은 6개월 경과 이후 시행된다. 학교 반경 200m 내 있는 기존 전자담배 무인판매점들도 차후엔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담배 대리구매를 미끼로 미성년자에게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추가금을 주고 담배를 대리 구매한다는 중학생 A(15)양은 “다른 친구들은 (대리 구매자인) 남자분들이 원하는 성적인 행위가 있어서 그런 걸로 담배를 구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중학생 B(15)양은 “조건을 안 하면 대리구매 연락이 안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에 300번 빨아요”…교복 입고 담배 태우는 청소년들
손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 보니 익숙한 듯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3시간여 동안 살펴본 결과 오후 10시쯤 하원 시간이 지나자 가방을 멘 학생들은 빌라나 상가 골목, 차 뒤편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곳에서 만난 고등학생 이모(19)군은 “담배를 일주일에 세 갑 피운다”며 “친구들이 피우니까 나도 한 번 피워볼까 하고 피우게 됐다. 좀 멋져 보이기도 하고 해서”고 말했다. 이양은 “저는 전담(전자담배)만 피워서 하루에 한 300번 정도 피운다”며 “담배를 피우는 애들이 많아서 문제라고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10명 중 9명정도 피운다”고 했다.



30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골목길에 ‘흡연금지’ 팻말 아래로 담배 꽁초가 여러 개 쌓여있다. (사진=성가현 수습기자)



같은 날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도 고등학생 오모(17)군과 김모(17)군이 서로 연초에 불을 붙여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골목과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 옆 골목이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빨터’(담배를 피우는 곳이라는 은어)라고 했다. 이들의 말처럼 건물 벽에는 곳곳마다 빨간색 큰 글씨로 적힌 흡연 경고장 세 개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바닥과 화분, 작은 철통 안에는 담배꽁초 수십 개가 나뒹굴었다.

인근 주민은 학생들의 흡연으로 진절머리가 난다고 토로했다. 대치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관계자는 “주위 사람들이 신고를 계속하는데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며 “아침에 청소하러 나오면 담배꽁초가 쌓여 있어서 눈이 온 것처럼 바닥이 하얗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담배를 달라는 학생들을 가려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염리동의 한 편의점 사장인 A씨는 “위조 신분증을 가져와서 담배를 달라는 애들이 많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윤지 (yunj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