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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10년간 한 방송사에서 사무자동화(OA)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협력업체 소속 '운영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OA 장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설치를 지원하거나 장애를 처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노트북·데스크톱·프린터·복합기 등 사무용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A씨의 업무는 바뀌지 않았지만 소속은 해마다 변경됐다. 협력업체가 1년 단위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A씨는 협력업체가 바뀔 때마다 퇴사 처리됐고 퇴직금을 정산받았다. 이어 새로운 협력업체에 다시 고용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지속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10년간 총 지자체 10곳의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협력업체 변경'에도 10년간 근무 지속…"사실상 파견"
A씨는 자신의 근무형태가 사실상 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탁용역계약에 따라 근무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의 업무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 신분이었다는 주장이다. 파견법은 2년을 넘겨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파견받은 사용자 대출작업 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A씨는 2년 넘게 사실상 파견근로자로 일했던 만큼 방송사 직원으로 일했다면 받았을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청은 파견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결국 방송사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 직원이었다면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 신용불량조회 약 9100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파견관계가 성립하려면 방송사가 A씨를 상대로 상당한 업무상 지휘·감독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A씨는 OA 장비를 쓰는 방송사 직원이 A씨에게 수리를 요청하면 이를 처리하고 관련 내용을 전산에 올렸다. 협력업체 소속 현장대리인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매주 업무계획을 담은 주간 업무일지를 현 gtx 장대리인에게 메일로 보내면서도 방송사엔 별도 보고하지 않았다.
A씨의 출장·휴가 관리도 협력업체 현장대리인 몫이었다. 현장대리인이 승인해야 출장·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A씨의 업무공간은 방송사 총무국 사무실 내에 마련됐다. 방송사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 배치돼 근무했던 것이다. 다만 파티션으로 업무공간이 구분된 기업파산절차 상태인 데다 '헬프데스크'라는 안내표지도 별도로 표시돼 있었다.
"지휘·감독 없고 사무공간 분리…파견관계 아냐"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최윤정)는 A씨가 방송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위탁용역계약·OA장비 유지보수 위탁 운영 과업지시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협력업체는 A씨를 포함한 운영요원의 지도·감독과 교육훈련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했다"며 "방송사는 현장대리인에게서 매달 실적 통계를 받는 것 외에 A씨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별도로 보고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 A씨는 위탁용역계약에서 정한 대로 협력업체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방송사는 이 계약에 따라 유지·보수 요청만 했을 뿐, 이러한 요청을 넘어 A씨에게 상시적으로 업무수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거나 일반적인 작업배치권·변경권을 행사했다는 등 파견관계를 인정할 정도의 업무상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못 박았다.
작업·휴게시간, 출장·휴가, 출·퇴근 등에 관한 사항도 협력업체 현장대리인이 담당했다는 점도 파견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들었다.
방송사 직원들과 같은 곳에 작업공간을 마련한 것과 관련해선 "방송사는 사무공간 부족으로 독립적 작업공간을 내어주긴 어려웠으나 총무부 내에 A씨의 사무공간은 다른 직원들과 구분되도록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었고 파티션으로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사 업무분장에 A씨 외에 OA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사 소속 근로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방송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견관계 부정' 1심 확정…"지휘 여부 등 점검 중요"
법원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A씨와 방송사 사이엔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A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확정됐다.
A씨가 파견관계를 인정받고 방송사 근로자로 고용됐다면 관련 업계엔 '리스크 폭탄'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보기술(IT) 관련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어서다.
한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는 "유지·보수 업무는 기업의 핵심 사업과 직결되는 영역이 아니어서 많은 기업들이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선 무리하게 파견관계를 주장한 면이 있어 근로자성이 부정됐지만, 법원이 계속해서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무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업무상 지휘·감독에 해당할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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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10년간 한 방송사에서 사무자동화(OA)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협력업체 소속 '운영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OA 장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설치를 지원하거나 장애를 처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노트북·데스크톱·프린터·복합기 등 사무용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A씨의 업무는 바뀌지 않았지만 소속은 해마다 변경됐다. 협력업체가 1년 단위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A씨는 협력업체가 바뀔 때마다 퇴사 처리됐고 퇴직금을 정산받았다. 이어 새로운 협력업체에 다시 고용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지속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10년간 총 지자체 10곳의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협력업체 변경'에도 10년간 근무 지속…"사실상 파견"
A씨는 자신의 근무형태가 사실상 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탁용역계약에 따라 근무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의 업무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 신분이었다는 주장이다. 파견법은 2년을 넘겨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파견받은 사용자 대출작업 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A씨는 2년 넘게 사실상 파견근로자로 일했던 만큼 방송사 직원으로 일했다면 받았을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청은 파견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결국 방송사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 직원이었다면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 신용불량조회 약 9100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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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출장·휴가 관리도 협력업체 현장대리인 몫이었다. 현장대리인이 승인해야 출장·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A씨의 업무공간은 방송사 총무국 사무실 내에 마련됐다. 방송사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 배치돼 근무했던 것이다. 다만 파티션으로 업무공간이 구분된 기업파산절차 상태인 데다 '헬프데스크'라는 안내표지도 별도로 표시돼 있었다.
"지휘·감독 없고 사무공간 분리…파견관계 아냐"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최윤정)는 A씨가 방송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위탁용역계약·OA장비 유지보수 위탁 운영 과업지시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협력업체는 A씨를 포함한 운영요원의 지도·감독과 교육훈련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했다"며 "방송사는 현장대리인에게서 매달 실적 통계를 받는 것 외에 A씨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별도로 보고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 A씨는 위탁용역계약에서 정한 대로 협력업체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방송사는 이 계약에 따라 유지·보수 요청만 했을 뿐, 이러한 요청을 넘어 A씨에게 상시적으로 업무수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거나 일반적인 작업배치권·변경권을 행사했다는 등 파견관계를 인정할 정도의 업무상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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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직원들과 같은 곳에 작업공간을 마련한 것과 관련해선 "방송사는 사무공간 부족으로 독립적 작업공간을 내어주긴 어려웠으나 총무부 내에 A씨의 사무공간은 다른 직원들과 구분되도록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었고 파티션으로 분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사 업무분장에 A씨 외에 OA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사 소속 근로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방송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견관계 부정' 1심 확정…"지휘 여부 등 점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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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파견관계를 인정받고 방송사 근로자로 고용됐다면 관련 업계엔 '리스크 폭탄'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보기술(IT) 관련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어서다.
한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는 "유지·보수 업무는 기업의 핵심 사업과 직결되는 영역이 아니어서 많은 기업들이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선 무리하게 파견관계를 주장한 면이 있어 근로자성이 부정됐지만, 법원이 계속해서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무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업무상 지휘·감독에 해당할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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