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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성인 허리춤까지 차 있었어요. 장판도 다 뜯어냈고, 문짝도 다 불어서 못 쓰겠네요."
17일 오전 찾은 충남 당진시장 일대는 '물폭탄'이 휩쓸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시장 입구에는 토사와 오수가 뒤엉켜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고, 상인들은 고무장갑을 낀 채 장판을 뜯어내고 매장 안으로 들어온 물을 걸레로 쓸어냈다. 점심시간임에도 전기가 끊겨 조명을 손에 들고, 허리를 굽힌 채 복구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30년 넘게 목재건자재 매장을 운영해 온 인덕식(65) 씨는 멍하니 젖은 문짝을 바 우리은행 예금담보대출 라봤다. 지난해에도 피해가 있긴 했지만, 매장 내부까지 물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 씨는 "새벽 5시에 나와서 지금까지 복구 중"이라며 "매장 문을 열자마자 흙탕물은 쏟아져 나오고, 소파며 문짝이며 다 나뒹굴고 있었다. 못 쓰는 제품 가격만 해도 피해가 2000만 원은 족히 된다"고 토로했다.
맞은편 페인트 가게 주 최근금리동향 인 박모(70대) 씨도 새벽부터 물걸레를 쥔 채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페인트통 안에 물이 다 들어가 버려서 이젠 못 쓴다"며 "지자체에 지원 요청했더니 규모가 작다고 안 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산시장 피해는 더 심각했다. 수조는 넘쳐 물고기가 바닥을 뒹굴고, 냉장고와 횟집 의자도 모두 쓰러졌다. 전기 공급마저 한국장학재단 발표 끊기면서 상인들은 휴대용 조명에 의지해 물을 퍼냈다.
이모(70대) 씨는 "자정 무렵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 일부 상인들이 매장을 찾았다가, 물이 급격히 들어차 결국 2층으로 대피해야 했다"며 "올해 꽃겟값이 비싸서 들여놨는데, 냉동고까지 잠겨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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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집중 호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석남동 청지천 일대를 충남119 구조대가 추가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영태 기자


같은 날 서산시는 더 비극적인 상황을 맞았다.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은 오전 11시 30분쯤 성인 키를 훌쩍 넘긴 침수는 오후 2시 무렵이 돼 위례신도시 분양권 서야 일부 물이 빠지기 시작, 도로 모습을 조금씩 드러냈다. 유속에 밀려난 차량들은 인근 논두렁까지 떠밀렸고, 일부는 지붕만 물 위에 아슬하게 떠 있었다. 충남 119 구조대는 잠수복을 입고 수색에 나섰지만, 차 문조차 열 수 없을 만큼 물이 가득 찬 상태였다.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인근 파크골프장도 흙탕물을 가득 머금었다.
이날 새벽부터 오전 사이 석남동 일대에서는 차량 침수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5시 14분엔 침수 차량에 갇힌 탑승자 3명이 구조됐지만, 6시 15분쯤 인근 차량에서 60대 남성이, 11시 25분에는 비슷한 지점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을 지나던 주민 박모(50대) 씨는 "서산에서 5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풍수 재해가 드문 동네인데, 이렇게 사람이 죽은 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인근 주민 성모(60대) 씨도 "태풍 피해야 종종 있었지만, 논밭과 도로가 통째로 잠긴 적은 없었다"며 "한동안 비가 이어진다는 데 또 다른 사망자나 실종자가 나올까봐 겁이 난다"고 거들었다.
예산군도 물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삽교읍 하포리 마을은 사실상 고립 상태였다. 전날 오후부터 쏟아진 폭우에 마을 전체가 잠긴 것이다. 삽교천 범람으로 인해 도로와 논밭의 경계는 흔적조차 사라졌고, 마을 초입부터 허리까지 차오른 흙탕물이 발목을 붙잡았다. 흙탕물 위로 생활 쓰레기와 함께 소 한 마리가 떠내려가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주민들은 침수된 집과 농경지를 떠올리며 한탄했다.
김모(40대) 씨는 "폭우에 밤을 설치며 전전긍긍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공주시도 극한 호우에 피해가 속출했다. 수마는 유구천을 사이에 두고 유구읍 유구리 마을과 맞닿아 있는 유구 색동 수국정원도 덮쳤다. 관광명소였던 수국정원의 수국은 온데간데없고, 떠내려온 수풀로 뒤덮여있었다. 이날 오전 7시 20분쯤 범람한 하천물에 유구리 마을 50가구 중 20가구에 물이 찼다. 35명은 마을회관으로 스스로 대피했고, 15명은 119 대원들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유구읍 인근 공주 사곡면에서도 둑이 무너지면서 고립된 주민들이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폭우에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