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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푸른 조명이 비치는 무대 바닥에 아기 관객 15명이 엄마, 아빠와 함께 둘러앉았다. 막이 오르자 한 아기가 무대 중앙을 향해 온 힘을 다해, 그러나 아장아장 걸어갔다. 곳곳에 흩어진 황금빛 돌을 조막만 한 손으로 쥐기 위해서였다. 다른 아이들도 속속 부모 품을 벗어났다. 아기들은 두 팔과 다리를 사용해 무대를 마음껏 다니면서 ‘처음 만난’ 세상을 탐험했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는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았지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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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페인 극단 엥그루나 테아트르의 공연 ‘내가 처음 만난 우주’엔 생애 처음 공연장을 찾았을 만 0∼24개월 아기들과 보호자들만이 관객으로 참여했다. 이 연극은 관객인 아기들이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빛과 소리, 사물을 느끼고 배우와 상호작용하도록 연출됐다. 공연을 완성하는 건 때론 울고 칭얼대면서 무대를 만드는 아기들이다. 국제아 변제 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33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날 생후 16개월 된 딸, 남편과 함께 극장을 찾은 주수미 씨(35)는 “문화센터 놀이 프로그램은 반응이 바람직한지에 따라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오늘 공연은 부모도 아이도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무대에서 아이들이 자산손상 환히 웃는 모습 자체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박하얀 씨(44)는 “평소 여섯 걸음밖에 못 걷는 아이가 오늘은 훨씬 많이 걸어 다녀 놀랐다. 공연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덕인 듯하다”고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내가 처음 만난 우주’는 24 개인채무자 개월 이하 영아와 보호자만을 대상으로 한 체험공연이다. 배우들은 돌을 굴리고, 끈을 찰랑여 보이면서 어린 관객의 오감을 자극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제공
40분 길이의 공연은 대사 하나 없이 아기들의 호기심과 감각을 자극했다. 배우들은 입으로 작은 소리를 내거나 노래하면서 한국거래소 공을 굴리고, 끈을 찰랑이게 만들었다. 이 작품을 연출한 미레이아 페르난데스 씨는 “성인 관객과 달리 아기는 서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 같이 한곳을 바라보게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공연을 ‘보기’보다는 각자 탐험하면서 자기만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국내엔 영아 대상 공연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동 대상 공연도 관람 가능 연령을 만 3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처음 만난 우주’의 이번 축제 공연 4개 회차는 개막 한 달도 더 전에 전석이 매진됐다.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은 “영아 공연은 공간적 제약과 안전 우려 탓에 관객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데, 그에 비해 작품을 개발하고 무대 장치와 소품을 섬세하게 만드는 비용은 커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하지만 유럽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덕에 영아 공연이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아직 미미하지만 최근엔 국내에서도 공공단체를 중심으로 영아들에게도 문을 여는 공연이 하나둘 생겨나는 추세다. 앞서 5월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만 3세 이하 영유아를 위해 국립극단과 공동 개발한 공연 2편의 막이 올랐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달 30일까지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제1회 ‘경기 아기공연예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축제는 일본 극단 ‘야마노 온가쿠샤’의 연극 ‘숲속에서’를 비롯해 만 0∼36개월 영유아를 위한 공연과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영유아와 가족이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즐기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수년 전부터 확산하면서 작품 개발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공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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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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