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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 21가구 43명이 사는 마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전날 밤 시간당 100㎜에 가까운 물 폭탄에 흙더미가 파도처럼 쓸려 내려와 주택과 도로를 집어삼키면서 마을 주민 3명이 숨졌다. 산청 내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마을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지난 3월 산불로 입은 상처를 채 치유하기 전에 또 화를 입어 군 전체가 초상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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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참혹했다. 주택과 식당 등 건물 2채를 비롯해 축사와 창고 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집들도 흙더미에 뒤덮여 뻘밭이었다. 가전·가구는 물론 가재도구도 성한 것이 없었다. 전신주는 넘어지거나 꺾여 있었고, 집채만 한 바위가 마을로 올라가는 길을 가로 막아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휴학 차량 접근도 불가능했다. 와룡산(416.7m) 자락에 걸쳐 있는 마을 안 도로엔 계곡처럼 거센 흙탕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려왔다.



2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산사태로 마을이 매몰되면서 희생자가 발생했다./산청=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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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부마을. 전날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흙과 바위 등이 마을을 덮쳐 마을 주민 3명이 숨졌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산청=김준호 기자


이 마 강남 집값 을 주민들은 “산사태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민정순(71)씨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지만, 이 정도로 큰 산사태가 나 마을을 덮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73)씨는 “40여 년 전에도 태풍으로 산사태가 나서 사촌형이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또 이런 악몽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눈시울 장애인채무조정 을 붉혔다. 최모(92) 할머니는 “‘우우우’ 하며 땅이 울리다가 산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는데, 내 생전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2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 전날 폭우로 굴러온 바위가 도로 유일한 길을 막고 있는 현장을 김광만(61) 이장이 살펴보고 있다. /산청=김준호 기자


이 마을 주민 A(70대)씨는 전날 오전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축사를 보러 갔다가 산사태로 매몰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전날 오후, 실종된 아내는 이날 오전 6시 55분쯤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마을 김광만(61) 이장은 “A씨랑은 같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나왔는데, 부부간 금슬도 좋고 좋은 분들이었다”며 “A씨 부부가 축사에 있는 소를 살피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 정작 A씨 집은 멀쩡한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주인 잃은 소 두 마리가 사라진 축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2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산사태로 마을이 매몰되면서 희생자가 발생했다./산청=김영근 기자


A씨 부부와는 사돈 관계라는 최모(72)씨는 “(A씨 부부는) 읍에서 지내다가 축사를 운영하면서 이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살았다”며 “정 많던 부모를 떠나보낸 며느리의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A씨 부부가 한꺼번에 안치된 산청장례식장에는 황망함에 눈물과 통곡만 가득했다. A씨의 다섯째 동생(63)은 “화 한번 안 낸 착한 형님”이라며 “일주일 전에도 형님이랑 모여서 식사를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허망하다”고 울먹였다. A씨는 3남 3녀 중 첫째였다고 한다. A씨 부인과 40년 넘는 친구였다는 신모(73)씨는 “지금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친구”라며 “평소에 주변에 늘 베풀고, 매일을 성실히 사는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뉴스1


비슷한 시각 옆집에 있던 20대 여성 B씨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쓸려온 흙더미에 B씨가 부모와 함께 살던 집과 식당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B씨 이모부 C(50대)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진주에서 마을을 찾았다. 그는 “B는 꿈도 채 펼치지 못하고 허망하게 갔다”며 “아버지와 오빠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안타까워했다. 3년 전 귀촌한 노명수(70)씨는 전날 산사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는 “산이 밀려오는 느낌이었다”며 “집 근처 둑에 올라서 있어 겨우 구조됐다”고 했다.



2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산사태로 마을이 매몰되면서 희생자가 발생했다./산청=김영근 기자


이 마을은 산사태로 시설 피해를 입으면서 전기와 수도 모두 끊겼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P가스를 쓰는데, 흙더미에 LP가스통도 쓸려간 집이 많다고 한다. 전날까진 통신도 먹통이었다. 낮인데도 캄캄한 마을회관에 모여 있는 주민 10여 명은 “고립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모(59)씨는 “밥은커녕 물도 못 마신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걸어서 마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전날 산청에는 시간당 1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부터 닷새간 산청 시천면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93.5㎜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산청에 내린 전체 강수량(1513.5㎜)의 절반 이상이 짧은 시간 쏟아진 셈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1972년 산청군 지역 기상 관측 이래 비가 가장 빠른 시간에 많이 내린 것”이라며 “이 때문에 산사태 등 복합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난 마을 대부분이 산자락에 걸쳐 있던 점도 피해가 컸던 이유로 꼽힌다.



지난 19일 경남 산청 생비량면 마을 일대가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겨있다. /뉴스1


주민들은 지자체의 산사태 위험 경고가 늦었다는 반응이다. 내부마을에서 산사태가 처음 발생한 시간은 19일 오전 9~9시 30분쯤이었다고 한다. 이후 몇 차례 더 산사태가 발생했다. 내부마을 주민 노씨가 구조된 시간이 오전 10시쯤이었다고 한다. 그는 집 근처 둑에 올라서 있어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마을 주민 3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것은 낮 12시 35분쯤. 그런데 산청군이 내부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은 불과 16분 전인 12시 19분이었다. 이미 산사태 사고가 난 뒤에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 문자를 보낸 셈이다. 산청군이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린 시점은 이보다 더 뒤인 오후 1시 38분쯤이었다. 내부마을 한 주민은 “17일부터 20일 사이 안내 문자만 50회 이상 왔는데, 우리 마을이 위험하고 대피하라는 재난 안내 문자는 정작 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왔다”고 했다.



20일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이승화 산청군수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 산사태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산청군 관계자는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5곳은 산사태 취약 지역이 아닌 곳”이라며 “특히 이번에 산청읍에서만 7명이 숨졌는데, 그만큼 19일 오전부터 산청읍을 중심으로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폭우가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산청 지역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4명에 이른다. 경남도는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산청 등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긴급 담화문을 통해 “가슴 깊이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갑작스레 가족을 떠나보내게 된 유족들께도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마음 졸이며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 가족 여러분께 경남도와 소방 당국이 최선을 다해 수색 중이라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