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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가 21대 대선 사전투표 이튿날인 30일 오전 투표를 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을 빠져 나오고 있다.


ⓒ 이진민





"참사 이후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에 가는 게 처음이에요. 버스나 차로 월차휴가 는 가봤는데 지하철은... 어렵더라고요. 그날 재현이가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에 갔거든요."


밝은 목소리가 끊기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30일 오전 9시 20분 사전투표소로 향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해진(고 이재현씨 어머니)씨의 걸음이 느려졌다. 승강장 전광판을 보며 "지하철이 곧 외국계카드사 온다. 우리 일찍 도착하겠다"고 웃어 보였지만, 그는 금방 생각에 잠겼다. 송씨는 이날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송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이날 이태원역에 모여 용산구청으로 이동해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 차기 정부에서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라는, 그리고 희생자들을 위해 투 기업저축은행 표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한 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현장으로 향하는, 그것이 진상규명의 길이길 바라는 송씨의 발길을 함께 걸으며 취재했다.
"내란 때 가장 걱정한 것, 사람들 다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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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가 21대 대선 사전투표 이튿날인 30일 오전 투표를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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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인근에서 만난 송씨는 "원래 '별들의 집(참사 기억공간)' 지킴이 활동 때문에 (오늘) 외출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이틀 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태원역에서 다 같이 사전투표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투표 장소를 고르며 고심했다고 한다.


"이태원역 근처에 투표소가 두 곳 있어요. 하나는 한남동 주민센터이고, 다른 곳은 용산구청인데 다들 한남동 (주민센터)은 차마 못 가겠다고... 왜냐하면 거기서 참사 때 실종자 신고를 받았거든요."


유가족들은 어렵게 용산구청을 사전투표소로 골랐다. 그곳으로 향하던 송씨는 대선을 앞뒀던 마음을 돌아봤다. 그는 "탄핵 정국 때는 무서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공기와 환경들이 무너질 거 같았다"라며 "상식선에서 윤석열이 처벌받는 건 당연한데 그간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 늘 상식을 뛰어넘지 않았냐"고 했다. 특히 "내란 때 사람들이 다칠까 봐 걱정했다. 이게 가장 컸다"고 고백했다.
분주하게 걸어가던 송씨가 집 근처 지하철역 앞에서 멈췄다. 그는 "참사 이후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에 가는 게 처음이다. 집회 때문에 이태원역에 자주 가는데 지하철을 타는 건 어렵다"고 했다.


"(참사 당일인) 그날 (이태원역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재현이와 실랑이를 했어요. 그랬더니 '꼭 10시까지 들어오겠다'고 약속하더라고요. 통금시간은 10시, 그게 약속이었어요. 그렇게 지하철 타고 이태원으로 간 거였어요."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용산구청에서 사전투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한 뒤 투표인증한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송해진(고 이재현씨 어머니)씨.


ⓒ 이정민



지하철에 탑승한 송씨는 말없이 창문을 바라봤다. 열차가 이태원역에 도착하자 천천히 내렸다. 역사 밖으로 향하는 데까지 많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송씨는 한 계단, 한 계단을 무겁게 밟았다. 그렇게 역을 빠져나와 참사 현장에서 다른 유가족들을 만났다.
송씨는 반갑게 인사하며 "어제 차가 너무 막혔다", "두꺼운 점퍼를 입으니까 덥다"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기자에게 "경철 어머니(박미화씨)는 투표를 마쳤는데도 함께하러 와주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서 송씨는 유가족들과 함께 묵념했고 새 정부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사전투표를 위해 용산구청으로 향하며 "이번에는 생명안전기본법이 꼭 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투표한다"는 문구가 적힌 투표 인증 용지를 나눠 가졌다.
"투표하니 정권 끝 실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용산구청에서 사전투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강선이(고 이상은씨 어머니)씨다.


ⓒ 이정민



투표를 마친 송씨는 다른 참사 유가족인 강선이(고 이상은씨 어머니)씨와 함께 참사 기억공간인 '별들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그는 "사전투표를 하니 윤석열 정권이 끝나는 것 같아 실감난다. 드디어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씨도 "비슷한 마음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해 나가고 있구나, 국민들 한숨 돌릴 수 있겠구나' 싶다"고 했다.
이들이 그리는 대선 이후의 모습은 기본을 지키는 사회다. 송씨는 "대통령이 행정가로서 능력과 자질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한 국민으로서 내가 무슨 일을 겪었을 때 대통령이 따뜻하게 보듬어줄 거란 기대가 있지 않나"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권 때는 너무 홀대 받았다. 차기 정권은 국민에게 따뜻하고, 기본적인 신뢰와 감정적인 교류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정책 실현도 더 잘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강씨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4개 사항(▲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부 정보·자료 즉각 공개 및 특조위 제공 ▲ 모든 정부 부처의 특조위 조사 적극 협조 ▲ 트라우마센터 설립 등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 ▲ 생명안전기본법 즉각 제정)이 지켜졌으면 한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참사 관련 정보 공개"라 강조했다.
참사 유가족이 바라는 '대선 후 우리'









▲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순화(고 이창현군 어머니)씨가 2024년 10월 19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돼 있던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정부의 혼란 속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이들은 참사 유가족이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국가의 사과도, 진상규명이란 결과물도 받지 못한 채 3년을 버텼고 이젠 새로운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이태원 참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투표를 마친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순화(고 이창현씨 어머니)씨는 "간절히 대선을 기다렸다"며 "내란 세력들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더라도 일단락 지을 수는 있지 않나. 불안한 마음으로 대선을 기다렸고, 잘 치러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2014년부터 정부를 향해 요구해왔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이다.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고, 대선이 끝나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번 참사, 산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모든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98일째를 맞은 지난 4월 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 등이 100일 추모제를 마치고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김형호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김유진씨는 "내란으로 언론에 (제주항공 참사 관련 사안이) 금방 묻혔다. 새 정권에서 다시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내가 한순간에 유가족으로 바뀌었다.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는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초기 때부터 안전·재난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은 것들이 누적되었다. 그것들이 지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재난들이 반복되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용산구청에서 사전투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해진(고 이재현씨 어머니)씨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한 뒤 투표 인증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