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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승연이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공승연은 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극 '꽃의 비밀' 인터뷰에서 "너무나 꿈꿔왔던 무대"라며 "연극이 끝난 후 '꿈을 이룬 건가' 싶더라"라고 말했다.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작은 시골 마을 빌라페로사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며 살아가는 4명의 주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빈둥거리는 남편을 대신해 함께 농사를 짓고, 교류하며, 가족같이 가깝던 이들은 남편들끼리 축구를 보러 간 어느 날, 여자들끼리 위해 즐기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장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고, 이번에 상연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 소액연체자 르게 됐다.
공승연은 이연희, 안소희 등과 함께 빌라페로사 최고 미녀 모니카 역으로 캐스팅됐다. 모니카는 남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 남장을 해야 하는 주부들에게 과거의 전공을 살려 남자 연기법을 전한다. 남장을 해도 이성을 홀리는 완벽한 미모임에도 무대 위에서 바지를 내리는 파격적인 모습까지 선보이며 몸을 사리지 않는 코발트스크랩 맹활약을 펼친다.
공승연은 "첫 남장 연기"라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괜찮은데?' 싶더라"라고 자신감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처음 대본과 분장을 했을 때 저희끼리도 초토화됐다"며 "연습 때 충분히 웃어서 무대 위에서는 웃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나름의 코미디 연기 비법을 전했다. 다음은 공승연과 중국 브로커 일문일답.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 첫 연극 무대에 오른 소감이 궁금하다.
= 너무나 꿈꿔왔던 무대이자 자리였다. 처음엔 너무 많이 떨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이게 무슨 기분인지 모르는데 '꿈을 마이크레딧 6등급 이룬 거네' 싶더라. 관객들의 박수도 받고, 꿈만 같았다.
▶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게 꿈이었던 이유가 있나.
= 영화, 드라마 각각의 매력이 있다. 도전하지 못한 게 무대 연기라 단순히 '언젠가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리고 동료 배우들의 연극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무대 위 배우들이 빛이 나고 행복해 보이더라. 주택담보대출 상품 뭔지 모를 동경이 있었다. 무대 위 배우들을 보며 손뼉 친 적도 있고. 그런 지점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연극을 한다니 악몽도 꿨다. 연극을 올리기 일주일 전까진 그랬다. '괜히 연극 한다고 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꿈도 안 꾸고 매일 새롭고 기대된다. 오늘의 호흡은 오늘만 있는 거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끼리 수고했다고 말하는 순간도 좋다. 다들 '잘해보자' 하는데, 설렌다.
▶ 첫 연극으로 '꽃의 비밀'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장진 감독이 뭐라던가.
= 이전엔 제안을 못 받았다.(웃음) 감독님에겐, 그걸 못 물어봤다.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 전 그저 대본이 너무 재밌고 설렜다. 그리고 다른 캐스팅 선배님들이 출중했고, 못해도 가져갈 게 많을 거 같았다. 그렇게 결정했다.



/사진=파크컴퍼니


▶장진 감독은 어떤 디렉션을 주든가.
= 처음엔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해보라'고 하셨다. 감독님은 10년간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그동안 무수히 많은 모니카를 보시지 않았겠나. 그래서 새로운 걸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공승연이 해석한 모니카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 자신의 디렉션에 휘말릴까 봐 말을 아끼시는 게 보였다. 제 연기, 제 캐릭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디렉션을 주신다. 그리고 무대가 시작된 후에도 항상 조언해주신다. 매회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말해주신다.
▶ 장진 감독의 작품은 이전에도 봤나.
= 같이 작품은 하지 않았지만,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작품 때문에 미팅했지만, 그 작품은 안됐어도 계속 마주쳤다. 대학로에서도 공연가기 전에 화장실 가면서 만나고, 카페에서 만나고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제안을 주신 거 같다.
▶ 설정이 '예쁘다'였다. 여기에 '무솔리니' 연기를 동시에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안 됐나.
= '예쁘다'는 말이 조금은 부담이었다. 네 명의 캐릭터 중 '예쁘다'라고 박고 가는 거라. 분장팀과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남장 연기는 재밌다. 목소리가 저음이라 오히려 남자 목소리 할 때 편안하고 재밌고 하다. 부담감은 없다.
▶함께 모니카를 연기하는 이연희, 안소희 등과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함께 출연 중인 선배님들이 '모니카들은 다 예쁘잖아'하는데, 정말 그런 거 같다. (안)소희는 정말 얼굴이 작다. 그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있는 게 신기하다. 또 소희의 모니카는 애교가 철철 넘치고, 사랑스럽다. 연희는 정말 예쁘다. 그야말로 모니카다. 화장 안 한 얼굴도 그렇게 예쁘다. 언니의 모니카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써먹어야겠다'해서 빼 온 것도 있고. 좋은 것들은 서로 가져다 쓰고 그러고 있다. 저만의 모니카는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제 목소리가 저음이라 다른 모니카에 비해 중성적인 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무솔리니를 하면서부터 중성적인 모습이 나오도록 했다. 그런 것들을 특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그게 공승연의 모니카다.
▶ 캐스팅된 배우가 많은 편인데, 평소 인연이 있다거나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
= 신기하게도 이전에 같이 연기한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너무 소중하고, 좋다. 특히 소피아 선배님들에겐 항상 의지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 떨다가도 소피아가 멋있게 서 있으면 저도 용기를 낸다. 그렇게 첫 등장을 시작한다. 혼자라면 서 있지도 못할 거 같다. 또 장영남 선배님은 예전에 같은 회사에 있어서 선배님 공연도 많이 보러 갔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기를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친해지고 싶어서 많이 따라다니고 있다.
▶ 남장을 해본 적은 있나.
= 아니다. 생애 첫 남장이다. 뭔가 참고하기보다는 매일 연습실에 최대한 나가서 다른 모니카를 봤다.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저는 제 모습을 못 보니까 연구를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연습하면서 더 뻔뻔해지는 게 있었다. 연습 때마다 기분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외모는 (웃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거 같다.
▶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
= 아직 지인을 많이 못 불렀다. 부끄러워서 연락을 돌리지 못했다. '공연한다며' 연락이 오면 '제발 몰래 와라'라고 한다. '마지막에 커튼콜하고 나서 전화해 달라'고 한다. 괜히 신경 쓰일 거 같더라. 계속 정신이 딴 데 가고, 잘 보이려고 오버하지 않나 싶고. 어제 윤경호 선배가 객석에 앉아 있었는데, 무대에서 연기하다 얼굴이 딱 마주쳤다. '어떡하지' 싶더라.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신경이 계속 거기로 갔다. 장진 감독님과 인연이 있으셔서 왔다고 하더라.
▶ 동생인 트와이스 정연도 몰래 보러왔나.
= '언니 이날 두 장', '이날은 혼자' 이렇게 하면서 왔다. 대놓고 온다.(웃음) 동생에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모니카 대사를 빼고 녹음해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대사를 읽으라고 시키기도 했다. 동생이 연기를 못하지만(웃음) 도움은 받았다. 그런데 정영주 선배 공연 보고 간 날, '뮤지컬 배우 선배님이랑 언니랑은 호흡이 다르네'라고 하더라. '나도 알아' 했다.
▶ 둘이 솔직하게 다 말하는 스타일인 거 같다.
= 우린 미화하지 않고 다 말한다. '언니 그때 웃음 참고 있었지? 난 언니 표정 알거든?' 이러더라. 맞았다. 다 알더라. '실수였지' 하고 짚은 부분도 정확하게 알아채고. 정말 놀랐다.



/사진=파크컴퍼니


▶ 코미디 연기도 도전이었을 거 같다.
= 다들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나는 제일 진지해' 이랬다. '웃겨야지'가 아니라, 글 자체가 상황 자체가 웃겨서 저는 진지하게 임하면 된다 싶었다. 그런데 희열은 있더라. 저는 울고 있는데 관객이 웃는 게, 아이러니하면서 기분이 좋더라. 신기한 반응인 거 같다.
▶ 웃음을 찾느라 힘들지 않았나.
= 우린 이미 많이 웃었다. 그게 감독님께 감사한 부분이었다. 연습할 때 이미 다 웃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웃고. 그래서 분장 갖고 웃기진 않는다. 처음 가발과 분장을 했을 때 다들 초토화됐다. 그 상태로 밥 먹고. 다 했다.
▶ 연습 기간이 얼마나 됐을까.
= 두 달 정도 했다. 첫 인사 후 다음날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 일정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그런데도 고민하고, 어려웠던 지점이 있었나.
= 아직도 무솔리니는 고민하고 있다. 모든 모니카가 무솔리니는 힘들어하고 있다. 그 무솔리니로 관객들이 앞으로 어떻게 볼지가 결정되는 거라. 그래서 할 때마다 어떤 반응이 올지 긴장된다. 그런데도 이걸 통해 소리 내는 거부터, 서 있는 거까지 다 배웠다. 드라마 연기랑 연극 연기랑 크게 다르다 생각하지 않는데, 확실히 연극은 움직임에는 제한이 있는 거 같더라. 그래서 서 있는 것도 어색했다. 팔을 잘라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선배님들을 보면서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최근에 영화 촬영장에 갔는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더라. 그때 '아, 이렇게 도움을 받았구나' 느꼈다. 또 제가 바지를 내리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든, 어디서든 해보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직장 내시경도 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서 그저 모든 게 다 재밌다.
▶ 이게 10년 전 작품이다 보니 남편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나 결말 등이 허무하다는 반응도 있더라. 연기하면서 어떻게 이해했을까.
= 이게 뭐가 잘못됐는지 싶다. 지금 관객들은 '이혼하면 되지' 싶은데, 저희 입장에서는 이게 일상이고 이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거다. 남편이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는 거 같다.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 연극 예매율 순위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인기의 이유가 있을까.
= 객석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연령층이 다양하다. 부모님과도, 친구들과도 다 같이 어울려 볼 수 있는 거 같다. 저는 그게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연극에서 자주 볼 수 있을까.
= 연극 무대는 계속 서고 싶다. 정말 감사하고, 어느 날 제가 엄청 일찍 도착해서 분장실 불을 켜고 무대에 섰는데, 하나도 안 무섭고 너무 좋더라. 아직 그 매력이 뭔지 찾진 못했지만, 그냥 좋다. 무대가 주는 울림이 있는 거 같다. 찡하다. 빈 객석도, 찬 것도 다 좋다.
▶ 2012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10년 넘게 연기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을까.
= 연기를 10년 했다고 하는데, 10년 한 연기인지 모르겠다. 부끄럽다. 제가 10년 한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웃음) 아직 큰 꿈은 없다. 칸에 간다.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이런 꿈은 없다. 그냥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쓰일 때까지 연기를 잘하고 싶다. 내가 갑자기 연기를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많이 무너지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엄청난 꿈보다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