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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년 전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갈마곡리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온 마을이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갈마곡리 숲에는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 등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지만, 당시 골프장 쪽이 낸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 사실이 누락돼 있었다. 고향 땅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이 사실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 제보로 알려왔다.



밖을 빼꼼히 내다보는 하늘다람쥐. 야간 활동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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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구멍에서 박차고 날아가는 하늘다람쥐.





야행성인 하늘다람쥐가 먹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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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은밀히 활동하고 있는 하늘다람쥐.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갈마곡리로 향했다. 사진으로 좀처럼 담기 어려운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를 촬영해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밝히고자 했다. 민첩한 하늘다람쥐는 촬영 자체가 쉽지 않을 공장중개 뿐더러 야행성이라 밤에만 활동하고 낮에는 모습을 감춘다. 이런 하늘다람쥐를 찍기 위해 주민들과 먹고 자면서 밤마다 산속을 헤매고 다닌 지 보름째, 마침내 카메라에 하늘다람쥐가 포착됐다.



나무를 오르는 하늘다람쥐. 앞다리와 뒷다리에 연결된 날개막(비막)이 보인다.
하하하




갈마곡리의 까막딱따구리. 멸종위 야생생물 1급이다.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해 ‘삭발 투혼’까지 벌였던 주민 김재순씨는 당시 필자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며 촬영을 지원했다. 그의 집 도우미론 뒤편으로는 버드나뭇과 활엽수인 은사시나무 숲이 있었는데, 하늘다람쥐 여러 마리가 이 숲을 서식지로 삼아 살아가고 있었다. 하늘다람쥐는 상수리나무나 잣나무가 섞여 있는 혼합림에 주로 서식하지만, 때로는 잣나무만 있는 침엽수림에서도 한두 마리가 관찰된다. 갈마곡리처럼 비교적 무른 은사시나무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하늘다람쥐는 딱따구리가 사용했던 나무 둥지나 나무에 자연적으로 뚫린 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는데, 이런 구멍 안에 나무껍질이나 풀잎을 모아 보금자리를 만든다. 때로는 나뭇가지 위에 마른 가지나 잎을 모아 공 모양으로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낮에 하늘다람쥐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드물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온 하늘다람쥐. 천적인 맹금류의 공격이 걱정이다.





금방 둥지로 돌아간다. 이곳이 하늘다람쥐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다.


주로 단독 생활을 하지만 두 마리씩 모여서 지내기도 한다. 성격이 온순하고 경계심이 적어서, 여유롭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등 관심과 친화력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맑고 큰 눈이 귀여움을 더한다. 유심히 살펴본 결과, 하늘다람쥐는 보금자리와 나무 구멍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정된 곳에서만 배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 질 무렵부터 활동하기 시작하는 야행성이지만, 갈마곡리 환경 조사에서는 운 좋게 낮에 나타나 촬영에 성공한 적도 있다.



납작한 꼬리는 공기 저항을 줄인다.


하늘다람쥐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늘을 날 수 있다. 앞다리와 몸쪽, 뒷다리 사이에 신축성이 뛰어난 피부 조직인 날개막(비막)이 달려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닌다. 다만 위로는 날 수 없고, 아래로만 활강한다. 가깝게 날 때는 나무 아래쪽에서, 멀리 날 때는 나무 위쪽으로 이동해 뛰어내린다.
이렇게 한 차례 활공으로 평균 7~8m, 멀리는 30m까지도 이동한다. 100m 이상 이동한다는 말이 있는데,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설치류가 날아서 이동한다는 것은 꽤 인상적이지 않은가.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활강을 위해 입는 옷도 하늘다람쥐의 날개막에 착안해 제작됐다고 한다.



다람쥐. 하늘다람쥐와 외형적으로 많이 다르다.


날개막이 공중에선 유용하지만 땅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땅에서는 날개막 탓에 일반 다람쥐와 다르게 걸음걸이가 매우 어색하고 느리다. 그나마 나무 위에서 행동하는 게 편안해 보인다. 열매, 씨앗, 새순 등을 먹이로 삼는다. 그 가운데서도 오리나무와 자작나무의 길고 가느다란 꽃차례를 좋아한다. 한겨울에는 보금자리에서 동면하고, 봄이 오면 암컷은 3~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들은 약 10주 동안 어미의 보호를 받다가 독립한다. 수명은 1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다람쥐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땅에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하늘다람쥐는 배변 시 땅으로 내려와 지정된 곳만 이용한다.


한반도·러시아 시베리아 바이칼호·중국 만주 등에 분포하며 백두산 일원에서는 흔히 관찰된다. 북한에서는 ‘묘향산 날다라미’라고 부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부 지방에 서식하는 하늘다람쥐는 한국 특산 아종으로 희귀종이다.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을 제외한 전국 산지에 서식한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뒤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도 지정돼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늘다람쥐는 나무에 몸을 밀착해 이동한다.


하늘다람쥐가 서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산림 생태계가 건강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증거다. 다행히 갈마곡리 주민들의 반대로 골프장 건설 계획은 2019년 폐지됐다. 밤낮없이 하늘다람쥐를 쫓아다닌 보람이 느껴지는 결과였다. 이처럼 갈마곡리 숲을 지켜낸 것은 지금껏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다람쥐 아주머니’ 김재순씨와 주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전히 그곳에 터 잡고 살고 있는 하늘다람쥐와 까막딱따구리의 힘이기도 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