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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영화 아저씨, 아르바이트, 빚은 얼마. 고(故) 김새론 배우에게 자주, 반복해 덧씌워졌던, 단편적이고 조각난 이미지들.
악플이 문제다, 사이버렉카와 언론이 더 문제다, 조문은 칩거했던 누가 했고, 숨진 날짜는 누구 생일이고. 생(生)이 끝난 뒤에도 어지러운 글이 경주하듯 올라오고 있다.
2000년 7월 31일 탄생, 2025년 2월 16일 사망.



앞모습 뿐 아니라 뒷모습, 옆모습, 멀리서, 또 가까이 개인사전채무조정 서 들여봤다면 달랐었을까./사진=고 김새론 배우 인스타그램


25년도 못 채운 고인의 삶은 진정 그게 다였을까. 뒤늦게나마 조금은 공들여 바라보고 싶었다. 단 24시간 만이라도, 글 쓰기 전 예의로라도.
고인이 세상에 새긴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다소 더 채워진 부고 글을 남기고 별내지구부동산 싶었다. 이 또한 극히 부분인 걸 알기에 조심스러우나, 그래도.
추모를 위한 배경 음악은 Faye - Cruel World. 틀어두고 글을 읽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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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밥 해주는 게 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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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전화 왔을 때 "밥은?"이라고 먼저 묻는 사람이었다. 취미가 '밥해주기'라고 했다. 집밥 사진이 유독 많이 보였다. 한식으로 잘 차려 먹는 걸 신용인증서 조회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리 말한 바 있다.

"밥은 항상 사람답게 먹어야 한다, 저희 부모님께서 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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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메뉴는 절친이었던 김보라가 많이 신청했었다. 함께 먹었단 집밥 한 상엔 갈치조림과 잡채, 흰 쌀밥이 넉넉히 놓여 있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배달로도 식재료를 시켜 먹을 수 있다며 좋아했었다.
함께 사는 동생이 없어 혼밥이어도 차려 먹곤 했다. 흰 쌀밥과 굴비와 두부조림. 간단하게 먹는 날엔 잔치국수를. 야식으론 열무 비빔국수를. 친구 생일상으론 고기를. 추운 날엔 김치 수제비를 끓여 먹었다.



긴 머리를 한껏 늘어트린 뒤, 다 모아 위로 올려 굵은 똥머리를 만든 뒤,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대로 먹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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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걸 좋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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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한 집에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뒤에도 빛을 천천히 열어 받아들이곤 했다. 그가 말했다.

"어두운 걸 너무 좋아해서요."



고아, 납치당한 아이, 살해 피해자, 신병을 앓는 이까지. 공교롭게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오기도 했었다. 염려의 물음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게 괜찮냐고. 대답이 이랬다.
"예쁘고 좋은 역할 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역할을 할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김새론 배우가 열연했던 영화 '여행자'. 누군가 해야할 역할이라면 기꺼이 하겠다던 배우였다. 아역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사진=영화 여행자 화면 캡쳐


애써 어두운 배역만 고집한단 건 아녔으나,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 말대로 충실히 맡아 잘 표현했다. 잘해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또 다른 대답에 다 담겨 있었다.
"밝은 아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두운 아이도 있을 거예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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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음도 좋아하고 잘 어울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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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에 찍은, 밝은 웃음 사진 한 개 정도는 어떻게든 찾아 남기고 싶었다. /사진=스타뉴스



"흐아, 구름이 너무 예뻐."

차에 탄 채 창밖을 보다 감탄했었다. 노랠 틀고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길 좋아했다.
2017년 9월 14일엔 가을 하늘을 찍었다. '하늘이 예쁨.' 짤막한 글과 함께. 고기와 김치찌개와 고추 반찬과 흰 쌀밥 사진에도 이런 글이 있었다. '날이 좋으니까 기분이가 좋아요.'
선물 받은 향수를 올리며 '내가 사랑하는 향'이라고 했다. 환한 향이었다. 상큼하고 개운한 과일 향기, 상쾌한 섬유유연제나 샴푸나 비누 내음과 비슷한 향이라고 했다.



밝은 역할도 이리 잘 어울리던 천상 배우./사진=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화면 중


로맨스도 잘 어울렸다.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에 나왔었다. 대학생 서지민 역이었다. 그의 연기를 이 드라마로 처음 봤단 혹자는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때 김새론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었다. 풋풋하고 예쁜 연기, 종종 생각이 날 정도였다.'
밝은 연분홍빛 옷을 입고 환한 갈색으로 머릴 하고, 투명하게 불그스름한 립글로스를 바르고. "찾았다"며 머릴 찰랑거리며 뛰어가다, 좋아하게 된 남학생을 슬쩍 바라보던 모습.



"나도 너 좋아, 너무 좋아."
엔딩 장면에서 설레게 하던 이 대사.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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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잘거려서 별명이 '조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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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은 '조론이'. 국물 귀신은 어떻게 붙여진 건지 궁금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아 속상했던./사진=고 김새론 배우 인스타그램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만큼 절친이었던 배우 김보라와 악동뮤지션 수현. 그들이 붙여준 별명은 '조론이'었다. 김보라가 설명한 게 이랬다.

"처음에는 조잘조잘 거려서 조론이었는데, 새론이의 '새'가 '새 조(한자)'이기도 해서 조론이기도 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도 '수다'를 꼽았다.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면 자연스레 좋아하는 에너지를 받는다고.
이들이 대화하던 평범한 장면이 이랬다.당시 유행하던 '밸런스 게임'을 하며 수다 떨던 거였다.



가장 빛나는 시기라는 20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사진=고 김새론 배우 인스타그램


"전 여친과 단둘이 술 마시는 남친 vs 여사친과 단둘이 1박2일 여행가는 남친!"(수현)
"근데 난 전 여친. 전 여친이잖아, 새로운 여자 아니고(웃음)."(새론)
"그럼 애교는 많은데 시끄러운 애인 vs 무뚝뚝하고 말 없는 애인은?"(수현)
"뽀뽀할 때도 '뽀뽀해두 돼여? 뿌잉뿌잉' 이렇게?(웃음) 난 애교 많은 사람."(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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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라도 편히 지내며, 사랑을 가득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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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다녀본 사람은 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가는 게 결코 쉽지 않단 걸. 유기동물 문제는 언제나, 가장 큰 목소리로 떠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영향력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사진=고 김새론 배우 인스타그램



2015년 12월, 2018년 5월, 7월, 2020년 10월, 2021년 4월. 사진으로 기록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의 봉사활동이 그랬다.

밥과 물을 주고, 자주 쌓이는 배변을 치우고, 버려진 존재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고.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유기된 아이들이 이리 많다고, 사지 말고(펫숍에서 분양) 보호소에서 입양하라고 계속해 알린 거였다.
그가 남긴 글이 이랬다.



"너무 착하고 이쁜 아이들이, 부족한 일손으로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힘들다고 들었어요."
"조금이라도 편하고 깨끗하게 지낼 수 있고, 좋은 새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날이 더워져 강아지들이 여름을 잘 나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예쁜 아이들이 하루빨리 좋은 가족을 만나 가득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천사 같은 아이들,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큰 관심과 따뜻한 응원 부탁드려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이렇게나 예쁘답니다."



사단법인 코리아독스에선 최근 추모글을 이리 남기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저희 쉼터에 봉사 왔던 새론양. 오늘 다시 사진을 꺼내 보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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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눈길'의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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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눈길 화면 캡쳐



생애 내내 '아저씨 그 소녀'가 지독히 따라다녔으나, 잘 아는 이들이 꼽는 인상 깊었던 영화는 '눈길'.

2017년 삼일절에 개봉했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비극적으로 숨지는 '강영애' 역할이었다.
극중 영애는 꽁꽁 언 호수를 걸어가며, 한 차례 죽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면서 이리 말했다.
"죽는 게 무섭니. 죽지 못 해 사는 게 더 무섭지."



절제돼 있으면서도 작은 파동이 일듯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울음과 숨소리. 힘이 하나도 없어 언제라도 금세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
실제 눈길에서 촬영해 고생하면서도, 감히 힘들단 말도 안 나왔다고 했다. 그 시대 소녀들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에.
특히 관객들이 잘 봐주었으면 하는 장면이 뭐냐는 물음에는 이를 꼽기도 했다. 영애가 종분(김향기 분)에게 사진을 건네며, 꼭 기억해달라고 말하는 씬이다. 극 중에서 영애의 당부가 이랬다.
"여기 우리 애들, 네가 기억해야 돼."



"천천히 천천히 다 해보지 뭐. 언제든 시작하면 되는 거야, 안 되는 건 없으니까." "내 맘대로 살기, 행복하라, 내 모토." 고 김새론 배우가 남긴 말들./사진=tvN 온앤오프 예능 프로그램 화면


에필로그(epilogue).
애달파 담을지 말지 고민하다 기록하는 이야기.
2020년 가을, 고 김새론 배우가 홀로 사는 삶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절친을 집으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거실 식탁엔 직접 만든 골뱅이 소면과 닭꼬치, 황도, 삶은 김치만두, 캔맥주 두 개가 놓였다.
초등학교 때를 회상하다 고 김새론 배우가 친구에게 이리 말했다.
"근데 우리가 만약에 서른이 돼도, 이렇게 똑같이 있겠지?"
남형도 기자 hum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