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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즐겨볼 만한(樂)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에 대한 기자들의 방담.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드'에서 보이 조지와 스테이씨 멤버들이 K팝으로 편곡된 컬처 클럽의 'Karma Chameleon'로 함께 공연하고 있다. 애플TV+ 제공


전설적인 팝스타와 K팝 아이돌 그룹이 한 팀으로 컬래버 무대를 펼치는, 이제껏 본 적 없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CJ ENM과 미국 유레카 프로덕션이 공동 제작해 지난달 29일 베일을 벗은 애플TV+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드(Kpopped)'다.
주휴수당 공휴일 메건 더 스탤리언·패티 라벨과 빌리, 스파이스걸스와 있지, 바닐라아이스와 케플러, 보이 조지와 스테이씨, 보이즈투멘과 블랙스완 등 화려한 국내외 출연진이 일단 시선을 끈다. K팝스럽게 재탄생한 팝 명곡은 향수와 흥미를 동시에 자극한다. 해외 스타들이 롯데월드와 재래시장을 탐방하고 전통차와 한식 요리를 배우는 등 서울 관광을 즐기는 모습도 다채롭게 자동차담보대출이자 담아냈다.
'케이팝드'는 공개 첫날 국내 시청 플랫폼인 티빙 '애플TV+ 브랜드관'에서 실시간 인기 콘텐츠 정상을 찍었다. 이틀 차엔 애플TV+ 글로벌 톱 TV쇼 부문 4위에 오르며 '대세'가 된 K팝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케이팝드'를 통해 K팝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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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오리지널 '케이팝드'의 진행자인 메건 더 스탤리언과 싸이. 애플TV+ 제공


강유빈 기자(강): 처음으로 K팝 무대에 도전하는 베테랑 팝가수들의 '낯섦'과 '호기심'이 잘 전달돼 재미있었다. 다만, 편당 30분 정도로 길이가 짧고, 8개 에 연소득 피소드 모두 '시내 관광→48시간 리허설→본 무대→관객 투표→클로징 무대' 구성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서 후반부는 조금씩 넘기며 보게 됐다.
인현우 기자(인): 한국인에겐 익숙한 맛이다. '케이팝드'는 "요새 K팝이 유행한다는데 그게 뭐지?" 하는 북미와 유럽의 올드팝 팬에게 K팝 특유의 사운드와 공연, 팀 활동 방식을 소개하기 위해 나온 것 중기청 종합관리시스템 같다. 40~50대 스파이스걸스 팬이 걸그룹 있지를 아는 자녀와 같이 무대를 보게 하는 프로그램. 겸사겸사 랜선 여행도 시켜주고.
고경석 기자(고): 최근 몇 년간 본 음악 경연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독특하면서 기이했다. 왕년의 팝스타들이 K팝 그룹과 함께 퍼포먼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형식은 경연인데 긴장감은 없었다. 보이즈투멘이나 스파이스걸스는 양쪽 무대에 모두 참여해 '자신과의 경쟁'이 돼버렸고, K팝 그룹이 반으로 쪼개져 동료와 맞붙는 것도 경연 측면에서 흥미로운 요소는 아니었다.



애플TV+ '케이팝드'의 한 장면. 패티 라벨과 빌리가 'Lady Marmalade' 공연을 하고 있다. 애플TV+ 제공


인: 편곡 과정은 대체로 원곡에 기준점을 두고 멤버의 파트 배분과 무대 연출을 신경 쓴 것 같다. 음악 자체보다 얼마나 좋은 합으로 구현하는가, 누가 더 무대에서 열광할 수 있는 연출을 했는가가 팬들 반응을 갈랐다고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K팝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강: 일부 발라드곡을 제외하면 일단 템포를 높이고, 비트를 키운 다음 댄스 브레이크를 넣는 식의 편곡이 많았던 것 같다. '이게 정말 K팝이야?' 묻는다면 자신 있게 긍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음악뿐 아니라 종합적인 무대 연출로 K팝 느낌을 만들려고 애쓴 것 같았다.
고: K팝은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힙합, EDM, R&B, 록, 레게, 발라드 등 모든 장르를 흡수한 음악이니까. 편곡보다 안무가 더 K팝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격한 안무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무대에서 서양 팝스타들이 잘 어우러지지는 않았다.



애플TV+ 오리지널 '케이팝드'에서 바닐라아이스와 케플러 멤버들이 'Ice Ice Baby'로 K팝 공연을 하고 있다. 애플TV+ 제공


고: 기억에 남는 무대는 바닐라아이스와 케플러의 'Ice Ice Baby', 보이 조지와 스테이씨의 'Karma Chameleon'이었다. 전자는 바닐라아이스의 90년대 방식에 K팝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됐다. 케플러 멤버들은 당황했지만, 결국 중간 지점을 찾아냈다. 보이 조지의 경우 자신의 노래 가사를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아재 시청자' 입장에서 이 곡을 들었던 1980년대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까.
강: 직접 한국어 가사를 소화한 해외 팝스타는 그가 유일했다. 기획 취지를 잘 구현했다고 느낀 건 제이 발빈과 에이티즈의 'Mi Gente'다. K팝 가수들이 조연처럼 느껴진 무대도 많았는데, 이 곡에선 에이티즈의 색깔과 존재감이 잘 살았다. 레게 장르 자체가 K팝 무대와 유독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인: 보이즈투멘과 블랙스완이 좋았다.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 K팝 그룹인 블랙스완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보여주며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특히 '엔비'라는 멤버가 '루미나(팬 이름)'의 입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대목이 K팝의 핵심인 팬덤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묘사한 것 같아서 좋았다.
강: 블랙스완은 국내에서 K팝 그룹으로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는데, 전원 일본인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JO1이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섭외된 데 대해선 뒷말도 나오더라. '프로듀스 101 재팬'을 거쳐 철저하게 K팝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그룹인데도 말이다.
고:블랙스완도 JO1도 K팝의 글로벌 확장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이미 K팝에서 K는 작아지거나 희미해진 지 오래인데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활동해야만 K팝이라는 강박은 버릴 필요가 있다. JO1 관련 논란엔 일본에 대한 깊은 반감도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애플TV+ '케이팝드'에서 보이즈투멘과 블랙스완 멤버들이 'Motownphilly'를 부르고 있다. 애플TV+ 제공


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크게 터지며 최근 더 조명받고 있지만, K팝은 이전부터 한국 문화의 핵심 요소로 각인돼 있었다. 마블 코믹스에도 설희(루나 스노)란 K팝 스타 히어로가 있고,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팝스타 이미지의 캐릭터를 모아 'KD/A'라는 K팝 그룹을 만들었다. 한국 시장 공략 의도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외부에서 더 잘 먹히는 것 같다.
고: '케이팝드'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TLC, 카일리 미노그 등을 좋아하는 해외 중년층이 K팝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테고, K팝을 좋아하는 젊은 층도 왕년의 팝스타를 알아갈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서구팝과 K팝을 융합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케데헌' OST처럼. K팝이 더 대중적인 장르가 되려면 이런 시도가 더 빈번해질 필요가 있다.
강: 후속 시즌이 제작된다면 팬덤이 몰입하고 참여할 공간을 더 키워줬으면 좋겠다. 음원을 내고 챌린지도 띄우면서. 팬덤 문화야말로 K팝의 핵심 축이니 말이다. 사브리나 카펜터,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동시대 팝스타와 K팝 아이돌의 합동 무대도 머지않아 볼 수 있지 않을까?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