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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에 이어 케이맨(K-MEN)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남자다움을 ‘업데이트’합시다.”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가족플라자 다목적홀에서 ‘한국맨엔게이지네트워크(K-MEN, 케이맨)’ 발족식이 열렸다. 세계 92개국 1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회원으로 참여 중인 ‘맨엔게이지 동맹’(MenEngage Global Alliance)은 가부장적 남성성을 대체할 새로운 남성성을 모색하며 성평등 운동을 하는 국제 네트워크다. 한국은 지난 2023년 2월 ‘젠더교육플랫폼효재’가 최초로 회원가입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 2년 동안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대출시장 ‘페미니즘교육연구소 연지원’ 등이 합류해 총 12개 단체가 모인 네트워크로 출범했다.
발족식에 참여한 네덜란드의 회원 단체 ‘이멘시페이터’ 설립자이자 책 ‘남성 해방’을 쓴 옌스 판 트리흐트는 축사에서 “K-MEN이 한국의 소년들과 남성들이 가부장적 남성성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받아들이고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행동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했 제테크방법 다. 또한 “맨엔게이지는 남성 운동이 아니라 젠더정의를 위한 페미니스트 운동”이라며 “이 운동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게 자신을 온전히 발전시킬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한국맨엔게이지네트워크 제공


결혼식대발족 기념 토크쇼 ‘K-MEN을 말하다’에서는 남자다움(남성성)을 성찰하는 열띤 이야기가 1시간가량 오갔다. 참가자들은 먼저 한국에서 ‘남자’로 인정받으려 할 때 피하기 어려운 이성애 중심의 위계·서열 문화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폭력과 혐오표현으로 표출되기 쉬운 현실을 짚었다.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 ‘도전한남’에서 활동하는 이호씨 카드대금 하루연체 는 “학교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남자다운’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남자답지 않은’ 걸 찾는 데 집중한 것 같다. ‘너 진짜 남자다’라며 치켜세우기보다는 남자답지 않다고 여겨지는 친구들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남자다움을 증명하고 지켰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찬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운영위원도 “학교에서 서로 ‘너 여자냐’ ‘너 씨티은행 체크카드 게이냐’ ‘너 장애인이야’ 묻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게 남성성이 아닌지는 얘기하면서도, 반대로 무엇이 남성성인지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남성 정체성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여성과 섹스·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정상’이라고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책 ‘증명과 변명’을 쓴 안희제 작가는 “‘한국 남자’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건 (해당 말이) 국적과 성별을 의미하기보다, 앞서 말한 두 사람의 이야기처럼 한국에서 남자로 인정받고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어떤 폭력을 상기하게 되어서인 것 같다”며 “실제 현실을 살아가는 남성들의 여러 좌절과 혐오가 얽혀있는 (말인)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한국 남자’의 의미를 해체 또는 전환시켜 연대와 공감, 돌봄을 향한 새로운 남성성 모델을 만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상균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저희가 학교에서 교육할 때 남성성 해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성다움이란 게 없다면 어떤 ‘다움’이 좋을까요’ 물었을 때 보통 ‘나다움’, ‘우리다움’ 이런 답이 많은데 한 초등학생 참가자가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답한 게 기억이 남는다”며 “그런 아름다움이 남자들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찬서 운영위원은 “우리가 대안적 남성성을 고민하고 실천할 때 분명 실패를 할 수밖에 없을텐데 그때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한남이지’ 이런 식으로 자기 비난을 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이 정확히 무엇인지 성찰하고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면서 “특히 실패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타인, 서로 소통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주위에 꼭 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권했다. 이호씨도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보람있지만, 한편으로는 냉담하고 냉소적인 반응에 지치고 좌절할 때가 더 많다”면서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거나 활동할 때 ‘속죄 페미니즘’에 빠져서 뭘 잘 못하거나 스스로 피해자화하는 데 빠지지 않고 더 건강하게 방향성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을 앞으로 K-MEN이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됐다”는 참여 소감을 전했다.
K-MEN은 대한민국 양성평등주간(9월1~7일) 중 9월7일을 ‘소년과 남성의 날’로 선포하는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