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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오주희(뒷줄 오른쪽)·고요한 부부가 세쌍둥이인 우주, 은별, 은하(앞줄 왼쪽부터)를 유모차에 태우고 국립세종수목원으로 나들이 갔을 때 모습. 남편 고씨는 "세쌍둥이를 키운다고 하면 사람들로부터‘ 예식장 정말 힘들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물론 힘든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오주희씨 제공


하지만 걱정도 잠시. 부부는 “세 쌍둥이는 우리에게 찾아온 축복”이라며 서로 독려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오씨는 “걱정하던 나한테 남편이 ‘내 몸을 갈아서라도 2학기 국가장학금 최선을 다할 테니 잘 키워보자’고 말해준 것이 정말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프리랜서 IT(정보기술) 개발자였던 남편은 아내가 임신 3개월 됐을 때부터 아예 일을 그만두고 출산 준비 뒷바라지에 ‘올인(다 걸기)’했다. 한여름에 딸기와 귤을 사러 돌아다녔고, 빵집 마감 시각 10분 전에 다급히 달려가 한 아름 사 오기도 했다. 남편 소상공인협회 은 “임신 중에는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그래서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아내 오씨는 “여자는 임신 기간에 남편이 조금이라도 못 해주면 그 기억이 평생 간다는데, 저는 남편이 너무 잘해줘서 그런 기억이 없다”면서 웃었다. 남편은 지난해 11월 말 세 쌍둥이가 태어난 뒤에도 한동안 아내를 돌보다 지난 4월 봄날 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부부에게 찾아온 세 쌍둥이 은하·우주·은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평소 사진 찍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남편은 “이전에는 아내 사진도 잘 안 찍어줬는데, 어느 순간 스마트폰 사진첩에 아이들 사진이 빼곡해졌다”고 했다. 취미였던 게임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내 오씨는 “남편이 원래는 표현이 굉장히 서툰 무뚝뚝한 사람이어서 늘 불만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하루하루 놀라고 있다”며 “남편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했다. 과묵하던 고씨가 ‘말이 많아지면서’ 부부간의 대화도 많아졌다고 한다. 고씨 역시 “아이들이 생기기 전만 해도 집안일에 서툴던 아내가 혼자서 아이 셋을 돌보면서도 청소와 빨래까지 다 챙기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엄마의 위대함을 느끼는 중”이라고 했다.
아내 오씨는 현재 전업주부이지만, 원래 어린이집 보육 교사로 근무했었다. 오씨는 “만 6년을 현장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많이 들어 우는 소리에 무뎌졌다”면서 “직업의 영향인지 세 쌍둥이 육아라고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세 아이가 동시에 울면 힘들지 않을까. 그는 “엄마 몸이 세 개고, 팔도 6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그냥 울게 뒀다가 달래준다”고 했다. 이어 “출산과 육아는 쉽지 않은 여정이고, 처음 겪는 모든 순간이 낯설고 두렵다”면서도 “그 속엔 말로 다 표현 못할 기쁨과 사랑이 있다”고 했다.
세 쌍둥이이다 보니 뭐든 세 개씩 필요하다. 그래서 육아용품은 주로 중고 물품 거래 앱인 ‘당근’을 이용해 장만한다. 오씨는 “아이들이 금방 자라고, 시기마다 필요한 용품이 달라서 오래 쓰지 못한다”며 “그때그때 필요한 용품은 당근으로 구하고, 아이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반대로 당근으로 내놓는다”고 했다. 특히 애를 먹었던 건 차량이었다. 고씨는 “아이가 셋이다 보니 뭐든 3개씩 사야 해서 각종 비용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들었다”며 “뭐든 다 해주고 싶어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고, 차량도 선택지가 ‘9인승 카니발’뿐이어서 기존에 보유하던 차량을 팔고 중고로 샀다”고 했다. 그나마 영아 수당, 보육료 지원 등이 있어 숨통이 틔었다고 한다.
부부는 다둥이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남편 고씨는 “다둥이 가정이라고 하면 ‘정말 힘들겠다’라거나 ‘셋이나 낳았느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다. 그만큼 요즘 사회가 아이 키우는 일을 굉장히 힘든 일로 바라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도 정말 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아내 오씨는 “육아는 매일이 도전이지만, 동시에 매일이 기적”이라며 “다자녀를 키우며 느낀 것은 혼자서는 절대 버틸 수 없다는 것이고, 작은 응원 하나도 큰 힘이 된다. 육아 중인 부부들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