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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세리코르디아'


영화 제목이 좀 생소하죠. ‘미세리코르디아’. 저도 입에 붙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찾아보니 Misericordia는 라틴어로 자비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 Mercy라고 나오네요. 慈悲 혹은 용서.
무엇에 대한 자비와 용서인가. 이 질문에 답할 우리의 주인공은 제레미. 영화가 시작하면 차를 몰고 시골길을 따라 어느 집에 도착합니다. 예전에 일했던 빵집 사장님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장례식 참석차 내려왔더니 사장님의 부인이 맞아줍니다. 그런데 제레미가 장례식 이후에도 며칠 더 머물겠다고 해요 든든학자금 생활비대출 지급 . 사장님 부인도 그러라고 합니다. 빵집 사장님의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는 제레미. 하필 수영복 입은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봅니다. “그이를 사랑했어?” “네.” “직접 고백은 못 했지?” 이런 대화를 부인과 주고받네요. 여기에 가세하는 사장님 아들 뱅상. 제레미한테 “너 우리 엄마 좋아하지?”라며 어서 떠나라고 윽박지르다 숲에서 몸싸움까지 합니다. 아, 사랑인지 그런데 이 몸싸움이 심상치 않아요. 싸움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 뭔가… 에너지가…. 이럴 때 등장하는 신부님. 버섯 채집의 달인이신데 제레미한테 관심이 많으시네요. 응? 뭐라는 거야? 헷갈리신다면, 제대로 읽으신 겁니다. ‘미세리코르디아’는 등장인물 모두가 욕망에 감긴 영화거든요. 그것도 아주 칭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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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세리코르디아'


‘미세리코르디아’를 관통하는 한 단어, 바로 욕망입니다. 욕망이 줄자를 재가며 움직이지 않듯, 주인공 제레미와 그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욕망 역시 ‘왜’라는 질문의 응답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를 쓰고 연출한 알랭 기로디(61) 감독은 성, 욕망, 죽음, 폭력에 관심이 많은 분이니까요. 꽁꽁 걸어잠근 욕망의 금고를 때려부수고 어서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라는 건데, 실제로 때려부수지는 않고 대신 영화로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그 독창적인 세계가 수많은 씨네필을 사로잡아왔지요.
예를 들어 그의 영화 ‘도주왕’은 중년의 게이가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응? 게이가 소녀와? 그게 무슨 말? 하신다면 역시 딩동댕. 많은 찬사를 받았던 ‘호수의 이방인’은 게이들이 파트너를 찾는 숲(모든 욕망이 풀려나는 숲을 참 좋아하시는 감독님)에 성이 아닌 다른 가치를 찾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건 이 인물을 따라가야 알 수 있겠지요. ‘미세리코르디아’에선 그 역할을 신부님이 합니다. 신부님이 후반부에 결정적인 열연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현장 분위기가 매우 숙연하지 않았을까 강하게 짐작되는 장면이 두둥. 자비와 용서를 이렇게까지 몸으로 직접 실천하시는 신부님이라니요.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기로디 감독은 인간 밑바닥에 성과 폭력이 있다고 보고, 성은 욕망을, 욕망은 폭력을, 폭력은 죽음을 낳는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미세리코르디아’에서도 살인이 일어납니다. 관객은 범인을 알고 있지만, 영화 속 경찰은 범인을 바로 찾지 못하고 살인이 일어난 숲 주변을 맴돕니다. 이 영화 장르가 스릴러라고 나오는데, 별로 스릴이 있지는 않고 범인을 찾는 게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누가 범인을 알고 있는지는 중요해요. 자비와 용서라는 영화 제목과 긴요하게 연결되니까요. 여기서 다시 신부님 소환. 신부님은 고해성사를 하겠다며 자청해서 고해소에 들어가서 말합니다. “살해범 신고를 안 했어요. 신고할 마음이 없어요. 살인자 처벌이 유익할까요? 전 무상의 사랑을 아니까 영원히 침묵하며 사랑할 수 있어요.” 이 말은 영화 도입부 장례식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의 말과 수미상관 이어집니다. “그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사랑은 영원하니까요. 잊지 맙시다.”
아니, 기자 양반, 기껏 듣고보니 거참 말도 안 되고 우스꽝스럽지 않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지셨다면 또 다시 한 번 딩동댕. 기로디 감독이 창조한 욕망의 숲으로 떠나실 준비가 다 되셨습니다. 전 이 영화가 보여준 욕망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비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더군요. 여러분은 어떠실지. “나는 보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 보편적이지 않은 욕망을 보여줘서.” 기로디 감독님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리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