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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 치세(54~68년)에는 단 6명이 북아프리카 속주 영토의 절반을 소유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 부자는 그리스 노예 출신으로 제국의 재무장관까지 오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팔라스로 추정된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에 따르면, 팔라스의 재산이 아우구스투스 황가의 재산보다 많았다. 네로가 팔라스를 독살하고 재산 대부분을 몰수하기 전까지는. 수천 년 인류사에서 부자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선망과 찬사, 비난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 부의 불평등 때문이다. 부는 사회적 지위와 특권의 원인이자 결과였다. 이탈리아 경제사학자 귀도 알파니의 새마을금고후순위대출 책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고대 로마부터 오늘날까지 관련 기록을 샅샅이 훑으며 “누가 부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각 시대의 경제·사회 구조를 꿰뚫고, 부의 원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톺아본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인간 사회의 특징이었다.” 그러므로 진정한 질문이자 우려는 “경제 원어민강사 적 엘리트들이 얼마나 큰 몫을 손아귀에 틀어쥘 수 있었는가”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61, 왼쪽)와 로런 산체스(55)가 지난 6월 26~28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흘간의 초호화 결혼식을 마치고 29일 호텔을 떠나고 있다. 베이조스는 결혼식 비용으로만 최대 7 아파트 매매시 세금 60억원을 썼는데, 이는 그가 소유한 총자산의 0.02%에 불과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질문은 시대별로 부의 축적의 원인과 부의 구성, 부의 특권과 거울의 양면인 불평등의 정도를 평가하고 그 장기적 추세의 의미를 밝히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은이는 “부자들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들에 기대한 역할의 상호저축은행업무 연속성”, 그리고 “부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문헌의 존재” 여부를 이유로 연구 대상을 서구 부자들의 역사에 한정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경제적 불평등 연구가 부쩍 활발해졌는데, 대부분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연구였다. 기술·금융·세습 자본주의에서 소득은 부의 일부일 뿐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2013년)에서 자본 저축은행 수탁법인 소득에 주목해 ‘부의 불평등’을 담론의 중심으로 끌어내면서, 경제의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와 혜택을 줄 것이란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아주 오랜 기간 부의 원천은 토지와 건물이었다. 예컨대, 15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이자 금융 허브였던 피렌체 공화국(토스카나)에서도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자산 중 부동산이 53.4%, 동산이 29.5%, 공공채권은 17.1%였다. 금융자본은 도시의 극소수 부유층에 집중됐다.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시골에선 부동산이 전체 부의 90.6%로 압도적이었고, 동산이 9.3%, 공공채권은 0.1%에 불과했다. 새로운 부의 원천은 교역과 상업의 혁신에서 나왔다. 11세기께 과거 로마제국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와 동지중해 비잔틴 영역에서 시작된 상업경제가 곧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12세기에는 상업·방위 연합체인 한자동맹 소속 북유럽 도시들이 해상무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국제무역 상인들은 큰 부호로 올라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서양 자본주의 출현을 이끈 ‘경제 엘리트층’이 탄생했다. 엄격한 봉건 질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무역도시들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이들은, 프랑스 신학자 니콜 오렘의 표현대로 “인간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이 책의 원제(As Gods among men)가 여기서 나왔다. 그렇게 획득된 부와 특권은 ‘세습’을 통해 굳어졌다. 새로운 위계는 새로운 계급, 나아가 새로운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유럽은 14세기 흑사병 이후 일시적으로 평등해졌지만, 한 세기 뒤부터는 다시 불평등이 증가했다. 산업화 이전 시기의 불평등 증가 원인은 재정과 군사력이 한층 커진 ‘근대 국가’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 늘어난 방위비와 재정을 충당하려 과세가 늘었는데, 사회 최상층의 실질 세율이 하위 계층보다 낮은 역진세 체계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29일 스페인 세비야 시민들이 이 도시에서 나흘간 열리는 유엔 국제 개발 자금 조달 회의(UNICFD)를 하루 앞두고 글로벌 부의 불평등 문제를 세금 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을 유엔이 주도하라고 요구하는 시위 행진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업이 부상하면서, 귀족 대신 기업가와 금융인이 새로운 슈퍼리치로 떠올랐다. 이들은 단순한 ‘부자’를 넘어, 제도와 권력을 움직이는 존재로 성장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슈퍼리치 다수는 귀족 출신이었으나, 20세기에는 상업과 금융으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아졌다. 이즈음 많은 국가의 과세 시스템이 역진제에서 누진제로 바뀌면서 과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불평등 증가세를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간, 상속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부자들의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추세다. 지은이는 맺음말에서 “사회 안에서 다른 계층의 불만이나 의심을 사지 않고 부유층이 자신의 자리를 정당하게 마련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답변을 내놓는다. 부에 걸맞은 세금이다. 모든 역사적 증거로 볼 때 서구 사회에서 부유층의 위치는 불안정하며, 세금은 부유층이 제도적·문화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기부가 아니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 참가자들은 자발적 증세 캠페인에 나선 부유층 집단의 공개서한을 받았다. 서한의 결론은 이렇다. “세금이냐 쇠고랑이냐.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자.”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