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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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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사상 세간과 극장가를 가장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한 편을 꼽는다면 아마 이 영화가 아닐까. 그 이름마저 ‘에로그로’한 <애마부인>. (제목이 선정적이다는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명령으로) 말을 사랑하는 여인(愛馬夫人)에서 대마를 사랑하는 여인(愛麻夫人)으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여인, 서울특별시대학 아니 영화. 누군가에게 <애마부인>은 ‘한국형’ 에로 영화의 효시일 수도, 혹은 당시 검열 기구의 어처구니없는 패악질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마부인>은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등장한 본격화 된 성 상품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여성이 있었다.

/ 사진. © NETFLIX" class="t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소득기준 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16772xdey.jpg" data-org-width="1000" dmcf-mid="qkzoieyjl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 은행연체자 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16772xdey.jpg" width="658">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 사진. © NETFLIX


▶ 웰컴론 단박대출 조건 ▶▶ [관련 리뷰] 82년 서울극장 매표소 붕괴시킨 '애마부인' 뒤집기, 넷플릭스 6부작 전격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애마>는 영화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소재로 이러한 성 투쟁의 전장에 있었던 여성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본인의 “숙원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는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애마>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이해영 감독이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 사진. 문경덕 기자


▷ ‘애마부인’이란 소재를 드라마로 푼다는 것이 여러 맥락에서 역설적이고 흥미롭다. 영화 프로젝트를 드라마로 푼다는 것과 널리 알려졌던 에로 영화를 메이저 매체인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배태된 것인가.
"이야기 자체를 떠올린 것은 매우 오래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고 난 직후였으니 아마 2006년에서 2007년 사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애마부인’으로 발탁되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알력 다툼, 영화산업의 이야기 등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시놉시스를 썼지만, 너무 방대한 이야기였다. 이걸 영화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일단 덮어 놨던 프로젝트다. 궁극적으로는 3시간 이상의 그리고 몇 회의 분량으로 내보낼 수 있는 최적의 매체를 만나게 되었다. 좀 닭살 돋지만 ‘숙원사업’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은 내가 청년 시절부터 줄곧 품고 있었던 일종의 과제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 실제로 감독님이 <애마부인>을 봤을 때의 기억이나 경험이 궁금하다.
"개봉 당시에는 초등학생이라 보지 못했고, 나중에 중학교에 올라가서 비디오로 봤다. 사실 영화 자체에서 큰 감흥을 얻었던 것 같진 않다. 다만 <애마부인> 같은 영화의 아이콘이 된다는 것, 예컨대 한 시대를 풍미하는 (혹은 한 시대가 요구하는) 섹스 심벌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남성과 다르게 여성이 섹스 심벌이 되는 경우 그에 따른 꼬리표나 조건들이 훨씬 가혹하지 않나. 외로움과 공허함도 상당할 수 있고 말이다. 그런 후면의 감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 감독님의 첫 드라마가 아닌가. 영화보다 긴 호흡을 가진 매체라는 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애마>는 방대한 인물과 서사가 펼쳐지는 이야기다. 직렬식 구조가 아닌 병렬식 구조를 가진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애초에 시리즈 같은 긴 형식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다. 단점은 사실 장점과 같은 이유이기도 한데... 그렇기에 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영화가 한번 펜을 잡고 주욱 써 내려가는 형식이라면, 드라마는 쓰는 과정에서도 계속 앞으로 돌아가서 캐릭터를 다시 살펴보고 여러 각도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캐릭터, 이야기가 등장하다 보니 한 줄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줄기를 타고 가면서 지속적으로 확인과 수정을 해야 했다."

스틸컷 / 사진. © NETFLIX"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19303xmcs.jpg" data-org-width="1000" dmcf-mid="bHKf9BkPT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19303xmcs.jpg" width="658">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NETFLIX


▷ 영화사적인 고증이 뛰어나다. 고증 기간은 얼마나,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고증의 과정에서 넣고 싶었지만 뺄 수밖에 없는 설정들도 있었는지.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기간을 길게 가졌다. 보조 작가와 함께 방대한 자료, 예를 들어 <애마부인>과 관련한 잡지, 신문 기사 그리고 논문들과 검열자료를 꼼꼼히 읽었다. 물론 관계자들과 원로 영화인들 인터뷰도 꽤 많이 했다. 선배님들 이야기 중에서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지만 너무 극단적이거나 문제적인 것들은 무용담으로만 듣고 만 것도 많다."
▷ <애마부인>에서도, <애마>에서도 배우의 노출 신이나 표현 수위는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하든 간에 주요한 이슈가 아닌가. 드라마 <애마>의 표현 수위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매우 그렇다. 사실상 이 주제에 대해서 촬영 직전까지 제작진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했다. 궁극적으로는 큰 가슴을 가진 여성, 혹은 여배우가 등장한다는 것이 <애마부인>의 아젠다가 아니었나. 그 영화를 소재로 하는 이 드라마가 그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갈 순 없었다. 동시에 그것을 악용하는 일도 있어선 안 됐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불필요한 노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는 당시 80년대, 그러니까 여배우 혹은 여성의 노출을 강요하고 집착했던 산업과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종의 자아비판 같은 것인데 그런 반대의 전제를 가진 드라마가 배우의 노출 신을 스펙터클화 할 수 없었다. <애마>는 에로티시즘을 표방하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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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NETFLIX


▷ <애마>의 강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오리지널하다는 점이었다. 모두 전형성을 전복하는 인물이랄까. 안길강 배우가 맡은 디자이너 ‘폴 고’, 이성욱 배우의 안기부 직원 ‘최실장’이 대표적인 예다. 보통 한국 영화가 그리는 남성 디자이너라든지, 악덕한 안기부 관료 등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 감독님은 애초부터 캐릭터의 전형성에 대한 경계가 있었던 것인가.
"전형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굳이 했다기보다는 그냥 나의 기질인 것 같다. 사실 이성욱 배우와 우지현 배우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시나리오상으로는 비교적 전형적인 인물로 쓰였던 캐릭터들이 맞다. 다만 그렇게 연기를 하지 않는, 그 안에서도 뭔가 변칙을 주는 배우를 찾고 싶었던 것인데 오디션을 그렇게 봤어도 찾기가 쉽지 않더라. 뭔가 다들 매뉴얼 대로 하는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 뭔가 좀 다르게 해보자는 얘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재미있는 스타일을 가진 배우를 찾다 보니 우지현 배우, 이성욱 배우 같은 배우들이 눈에 띈 것이다."
▷ <애마>의 ‘의상’을 상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할리우드에 ‘앤 로스(Ann Roth)’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최세연 의상 감독 (<기생충>, <옥자>, <도둑들> 등 작업)이 언급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드라마는 확실히 의상의 중요성을 공식화한 작품이다. 어떤 협업의 과정을 거쳤는지.
"특별한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알아서 해라”라고 했다 (웃음). 전작 <독전> 역시 함께했기 때문에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강조했던 말 한마디가 있다면 “예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렬하고, 끝내줘야 하고, 뭔가 임팩트가 엄청나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그런 나의 욕망을 정확히 간파했고 실현해 주었다. 역시 감각이 독보적인 사람이다."
▷ 사실 <애마부인>이 개봉되고 난 이후의 이야기(5부, 6부)는 완전한 감독 이해영의 상상이다. 특히 방효린 배우가 (궁극적으로는 이하늬 배우를 돕기 위해) 대종상 시상식에 말을 타고 오는 장면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이 피날레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 같은 예측이다.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주애가 말을 타고 와서 희란을 태워 가는 피날레는 2000년대에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부터 떠올렸던 이미지였다. 어쩌면 ‘애마’가 탄생하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던 중추였는지도 모른다. 비주얼화 되어 나온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프로덕션 스틸컷 / 사진. © NETFLIX"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21759mvxj.jpg" data-org-width="1000" dmcf-mid="9GrImDuSl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31/ked/20250831100121759mvxj.jpg" width="658">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프로덕션 스틸컷 / 사진. © NETFLIX


▷ 안소영 배우의 카메오 출연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그 대목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정말 가슴이 절절할 정도로 멋진 등장이었다. 어쩌면 본인의 작품인 <애마부인>보다 더 멋지고 우아한 활약이었던 것 같다. 디렉션을 주실 때 어떤 연기 디렉션을 주셨는지 궁금하다.
"일단 이 드라마의 단순한 카메오로 나오시게 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무언가 정점의 타이밍에서 멋지게 등장하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 하신 역할이 그랬던 것 같다. 연기에 있어서는 내가 안소영 선배님께 감히 연기를 어떤 식으로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정말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 드라마에 꼭 나와주십사 간절히 말씀을 드렸고 현장에 오셨을 때도 최대한 편안하게 즐기고 가실 수 있게, 그리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환경을 준비해 드렸다."
▷ 감독님이 <애마>에서 그린 충무로는 패싸움과 욕설이 난무하고, 상스럽고 야만스러우면서도 각자의 낭만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그래서 애증을 품고라도 기웃거리고 싶은. 감독님이 생각하는 ‘충무로’라는 세계는 어떤 것이었나.

"내가 작가로 영화산업에 입문했을 때는 충무로가 없어진 이후였고, 다양한 회사들이 강남에 생기기 시작한 때다. 물론 그 변곡점에서 선배들을 통해 충무로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이번 <애마>에 나오는 청맥다방은 실제로 충무로에서 영화인들이 모여서 일을 도모했던 다방이다. 다시 말해 그 당시는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이 살을 부딪쳐가며 일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패싸움이 난무하기도, 살가운 추억들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양면의 역사가 생겨났을 것이다. 가난과 열악을 낭만으로 버티고, 또 낭만이 있어서 때로는 아름다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말이다."
 








이해영 감독 / 사진. © NETFLIX


창작의 과정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 동시에 그것은 얼마나 짜릿하고 영예로운 시간인가. 이해영 감독이 <애마>를 떠올리고 품어왔다가 마침내 세상에 내보낸 20여년의 일대기가 그런 과정이 아니었을지. 이번 인터뷰는 좋은 창작물을 만나고, 그것을 빚어낸 창작자의 (마땅한) 무용담을 듣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황홀한 일인지 상기해 주는 시간이었다. <애마>를 탄생시킨 감독 이해영과 그 탄생물의 심장이 되어준 배우들, 그리고 아티스트들에게 끝나지 않을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