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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국제범죄 조직이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한국인을 납치·감금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20대 대학생이 현지에서 끔찍하게 고문·살해당하자 정부는 뒤늦게 캄보디아 여행을 취소·연기해 달라고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12일 경북경찰청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22일 만인 8월 8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고 우리은행 담보대출 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이날 박씨와 함께 감금돼 있다가 구조된 A씨는 박찬대 의원실에 “박씨가 너무 많이 맞아서 치료했는데도 걷지 못하고 숨을 못 쉬는 정도였다”며 “보코산 근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박씨가 다른 곳에서 강제로 마약 운반에 동원됐다가 내가 감금된 조직에 중도해지 팔려 왔다”고 현지 인신매매 의혹도 밝혔다.
범죄 조직원들의 고문과 폭행에 “박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온몸이 목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전부 다 피멍이 들어 온몸이 그냥 보라색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대 직장인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에 대한 살인 및 사기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숨진 박씨를 포드 픽업 트럭에 태운 채 운전하다가 현지 경찰의 검문에 체포됐다. 경북경찰청은 박씨에게 접근해 캄보디아 출국을 유도한 한국인 대포통장 모집책 1명도 지난달 구속 송치하고 상선 조 토지후순위대출 직과 배후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집책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조직원으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프리랜서”라며 “경찰은 박씨의 출국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 살해에 가담했으나 아직 검거되지 않은 중국인 용의자 한 명이 2년 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농협변동금리 필로폰 공급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해당 용의자는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관련 제보를 받아 확인 중이라고 한다.
제주동부경찰서도 올해 6월 초순께 월 1000만원 이상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는 모집책 소개로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탔다가 한 달간 불법 감금·폭행을 당한 뒤 한국 교민의 도움으로 탈출한 20대 청년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24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여행을 갔던 전주의 직장인 이모(42)씨가 연락이 끊긴 뒤 현지 병원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이씨 역시 납치 범죄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범죄는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현지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년 1건,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크게 늘었다. 또 올해 8월까지만 330건으로 지난해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한국인 납치 사건이 급증하는 건 단순히 대포통장 확보 목적만이 아니라 인질로 잡고 각종 범죄에 가담시키거나 몸값을 요구하는 등 2차 범죄로 진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계 총책 아래 한국인과 캄보디아 현지인 상당수도 가담한 형태의 국제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본다. 고수익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유혹에 캄보디아를 찾은 20·30대가 주요 표적이다. 현지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대규모 범죄 단지(웬치·园区)에 갇혀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 사기, 통장 대여 등 각종 범죄 가담을 강요받는다. 이를 거부하고 탈출이나 신고를 시도하면 폭행은 물론이고 마약 강제투약 등 고문을 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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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에는 이런 고문에 시달린 B씨 등 한국인 2명이 160여 일 만에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구출됐다. B씨는 “정보통신(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1500만원의 고수익과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하지만 B씨가 도착한 곳은 웬치였다. B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듣고 온 것이 아니니 일을 못 하겠다고 하자 조선족이 전기충격기를 들고 와 대본을 주며 ‘하지 않으면 매일같이 고문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쇠파이프로 구타당한 B씨가 실신하자 전기충격기로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다시 때렸다고 한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도심에서 한국인이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쯤 프놈펜의 한 카페를 나서던 C씨(51)는 검은색 SUV 차량에 탄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를 목격한 경비원이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C씨는 이튿날 한 호텔에서 가까스로 구출됐다. 검거된 범인은 중국인 4명과 캄보디아인 1명이었다. 호텔에선 K54 반자동 권총 1정, 탄창 2개, 실탄 9발, 무전기 3대, 마약 ‘야마’ 112정 등이 발견됐다.
범죄 양상의 변화에 따라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캄보디아에 ‘범죄 도시’가 형성된 것은 중국, 베트남 등 경찰력이 강한 지역의 단속이 심해지자 경찰 내부 부패로 감시가 취약한 캄보디아로 범죄 조직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범죄가 급증하는 데 현재 캄보디아에 파견된 경찰 인력은 대사관에 근무 중인 3명(주재관 1명·협력관 2명)뿐이라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에 납치 신고를 해도 신속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막기 쉽지 않다. 국제범죄 수사에 밝은 한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범죄 조직들이 ‘사고 위험’이 있는 명의 도용 방식보다 직접 명의자를 자신들의 본거지로 데려와 감금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근·오소영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