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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씨(83)는 스마트폰을 아예 쓸 줄 모른다. 그의 손에는 아직 2G폰이 들려있다.
김씨는 공과금을 납부하려면 성치 않은 다리를 이끌고 동네 은행을 직접 찾는다. 또 당뇨약을 처방받기 위해 매달 병원을 가는데 10분을 넘게 큰 도로까지 걸어 나가서 택시를 잡는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공과금을 입금하고, 집 앞으로 택시를 부르는 젊은이들과는 상반된 일상이다.
이모씨(79)는 1년에 2차례 경기 수원에 사는 큰아들 집을 찾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예매하는 방법을 몰라서 청주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까지 가서 표를 끊는다.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디지털시대가 사회 전반에 편리함을 더해주고 있지만, 노인들의 일상에서는 썩 반갑지만은 않다. 각종 디지털기기를 사용하기 버거운 이유가 가장 크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고령인구가 1050만명을 기업은행 공인인증서 넘어서며 국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했다. 공식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현실에서 사회 전반의 디지털전환에 따른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모바일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은 쇼핑은 물론 은행·병원·관공서 이용, 정보습득 등 일상 전 분야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익숙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어 시간, 비 혼합상환 용, 기회 등 모든 면에서 손실과 차별을 겪는다. 디지털 소외가 노인 빈곤에 이은 또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 고령층 23.3 디지털기기 조작 어려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 카카오톡을 통해 날아온 온라인 청첩장 확인,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 은행 앱으로 송금.
젊은이들 해드림론 이라면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활동이다. 하지만 60세 이상의 23%는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제1차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성인들의 디지털 문해능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하고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을 어려 제2금융권금리 워하는 `수준 1'에 속한 사람은 성인 전체의 8.2였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의 고령층은 23.3에 달했다. 반면 청년층인 18∼39세의 경우 `수준 1'에 속한 사람은 0.8에 불과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8∼39세는 8.9, 40∼59세 34.8, 60세 이상은 77.7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서빙 로봇 시연 모습. /연합뉴스 제공


# 스마트기기 소지해도 사용법 몰라 … 키오스크는 그저 기계일 뿐
청주에 사는 박모씨(81)는 스마트폰을 써본 적이 없다.
박씨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택시를 탈 때 젊은 친구들은 척척 잘도 잡는데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 빈택시를 잡을 수 있다"며 "택시를 부르거나 돈을 부쳐야 할 때 직접 승강장과 은행에 가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힘이 들고 지치긴 한다"고 전했다.
오모씨(73)는 5년 전 자식들이 선물해준 스마트폰을 지금도 쓰고 있다. 대학생 손녀에게 배워 카카오톡을 하고 유튜브를 볼 줄 알뿐, 예약, 결제, 송금 등은 해본 적이 없다.
음식점과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 주문대) 역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서투른 노인에게는 만질 수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
오씨는 최근 김밥집을 찾았다가 곤혹을 치렀다.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해야 하는데 사용법을 몰라 애를 먹었다.
원하는 메뉴 선택까지는 가능했는데 주문단계에서 한참 머물러 있다 보니 결국 종업원이 찾아와 도움을 줬다.
키오스크는 식당뿐 아니라 행정서비스, 교통수단, 병원 등 민간·공공분야를 가리지 않고 보급되고 있다.
서울시 조사 결과 55세 미만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90%, 55세 이상은 40%에 머물고 있다. 키오스크 이용경험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고령층은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70.6%)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AI시대가 도래하며 국민 일상의 편리함은 커지고 있지만 노년층은 비교적 쉬운 키오스크 사용조차 꺼리는 실정이다. 문제는 앞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이 1대1 스마트폰 교육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 디지털 교육 법제화 마련 필요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개선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 사회 현상으로 볼 게 아니라 인권 보호 차원에서 국민적 관심과 함께 고령층 디지털 교육을 위한 법제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디지털 평생교육 지원을 위해 각종 정책 시행에 나선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 `한글햇살버스' 확대를 비롯해 △은행·매장 등 학습장 확보 후 현장실습과 체험 제공 △노인 대상 평생교육이용권 지원 △지자체의 AI·디지털 관련 특화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불편이 심화하고 이로 인한 고립감과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며 "노년층의 선호도와 수요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