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리처드 리브스 지음
권기대 옮김
민음사

인기 있는 미국 코미디언 마르셀로 에르난데스가 자기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는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살았다. 나중에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와 그녀의 딸이 아예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됐다. 여자 넷. 남자는 자기 혼자. “그럴 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죠.”
“집안의 남자 노릇을 하기로 했군요.”
“아니죠. 여자가 되는 거죠. (관중 폭소) 고등학교 때 저는 집에서 여자였어요.”
물론 이는 여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정을 읽을 줄 아는 남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개그는 자상품권릴게임
기가 ‘여자가 되었다’는 농담을 감히 할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성립한다.
남자들 사이에서 남성성에 대한 농담은 주먹질로 끝날 확률이 높다. 남성성은 원래부터 불안하고 불확실했다. 지금은 더 초조하고 감정적인 주제가 되었다. 남자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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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스(1969~)는 도발적이거나 당파적 주장과는 거리가 먼 사회과학자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워릭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중도 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조언자로 일하다가 역시 중도적이라는 평을 받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쓴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는 ‘뒤처진 남자’라는 문제를 다룬 책이다. 학술적이면서도알라딘온라인릴게임
접근하기 쉽다. 영문판은 2022년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 남자들의 실패를 다룬다. 그다음 사회적 대응의 실패를 다룬다. 끝으로 자신의 정책 제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장점은 남자를 단일하고 통일된 집단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서든 노동 시주식노하우
장에서든 바닥에 깔려 잘 안 풀리는 남자들의 존재가 보인다. 이 실패는 계급과 인종이라는 요소에 의해 가중된다. 이 문제에 대한 기존 정책 프로그램은 없지 않았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고 정치권과 학계 역시 이를 논의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저자의 제안 중 하나는 모든 남자아이의 입학을 1년 늦추는 것이다. 왜 늦추는가? 여자아이가 공부를 주식수익률
더 잘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통제를 담당하는 소뇌의 경우, 여자가 11세에 도달한 크기를 남자는 15세가 되어야 따라잡는다. 이 정도의 격차는 학업에 흥미를 잃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여자가 대학 입학생의 다수가 된 지는 좀 됐다. 그런데 대학 과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된 미스터리였다. 20대가 되어도 따라잡지 못한 뭔가가 있는 것이다. 인터뷰한 어느 남학생은 간단한 문제라고 말한다. “여학생들이 더 우수하잖아요. 남자들은 동기 부여라는 게 없어요.”
저자가 이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말렸다. “나라면 이런 주제 근처에도 안 갈 거야.” 실없는 주제여서가 아니다. 사회 여러 곳의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잘 안 풀린다는 얘기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반동으로 보일 것이고, 사회적 좌절을 반페미니즘과 우익 정당 지지로 해소하는 젊은 남자들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젊은 남자들의 두드러진 정치 성향은 한국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주제이다. 이 책을 뒤적이다 보면 시사적인 여러 통계가 보인다. ‘미국 노동 시장에서 가장 크게 밀려난 집단’은 중년 남성 같지만, 아니다. 25~34세 남성들이다.
읽다 보면 인종차별 해결 없이 미국의 의미 있는 사회 개혁은 불가능하겠다는 걸 강렬히 느끼게 된다. 뒤처진 남자가 흑인일 경우, 그 격차는 극단적인 성격을 띤다. 같은 사회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인 수준이다. 흑인 남자는 이 책의 핵심 대상이다. 이를 빼고 저자의 주장에 찬반론을 펼치는 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제안하는 정책들은 이제까지 심각했던 논조에 비해 온건하고 산문적이다. 그건 다행히도 아직 뭔가를 할 여지가 있다는 뜻 아닐까. “남자가 우세했던 20만 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끝나가고 있다.”(미국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 저자는 이 추세를 뒤집을 생각은 없다. 다만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곳으로 추락하고 있는” 남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나중에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김영준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