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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훈 이정환 기자

아프리카 아이들은 축구를 성공할 수 있는 지렛대로 생각해요. 기독교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 간 적이 있는데, 예수그리스도 사진 없는 집은 있어도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 사진은 다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20년 넘게 지도하며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김주성, 하석주 등 여러 선수를 발굴한 임흥세 감독(69). 그는 지난 2007년 "축구로 휴일야간수당 봉사하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돌연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는 201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으로 건너가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우리나라에서 후원받은 축구용품을 전달하며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헌신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아프리카 빈국 중 하나인 남수단으로 자리를 옮겼 한국은행 업무 다.
임 감독은 남수단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며 맨발로 뛰어오는 아이들을 품었다. 20년 가까이 아프리카 축구를 위해 투신한 그는 현지에서 "한국에서 온 축구 대부"로 불린다.
돌연 아프리카 가자 주변은 '어안벙벙'…"선교하는 마음으로 떠나"
임 감독은 27년 동안 국내에서 주로 중·고등학교 축구팀을 지도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하며 인재 양성에 몰두하다 지난 2007년 남아공으로 건너갔다. 국내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축구 선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아프리카로 향한 것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아프리카행에 주변 사람들은 놀랐다. 국내에서 유수의 중·고등학교 축구부를 지도하며 홍 감독과 신상우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 걸출한 축구 스타들을 양성해왔기 마이너스통장 서류 때문이다.
임 감독은 한국에 머물던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변에서는 다들 어안이 벙벙하다는 반응이었다"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도 아프리카로 간다는 걸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0년 FIFA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에 첫발을 디딘 임 감독은 자녀교육비마련 월드컵 출전팀 수와 동일한 32개 어린이 축구팀을 만들어 '미니 월드컵'을 기획하며 유소년 축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장섰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그의 제자인 홍 감독과 하나은행이 기금을 조성해 축구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내가 남아공에 가서 선교하는 마음으로 활동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며 "당시 남아공 월드컵에서 뛴 국가대표팀이 사용한 축구 장비를 지원받아 현지 선수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임흥세 감독(임 감독 제공)


더 열악한 곳을 향한 여정…내전으로 신음하는 남수단에 가다
2010 FIFA 월드컵 이후 남아공의 축구 역량이 급격히 발전하자 임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전파하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둥지를 옮긴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내전으로 신음하는 남수단이었다.
남수단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우리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톤즈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의료봉사를 한 지역으로,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차를 타고 5시간 넘게 산길을 달려야 나오는 오지 중의 오지다.
임 감독은 이 신부의 뜻을 이어간다는 생각으로 톤즈로 향했다. 그는 "거기에 가니 아이들 1000명이 다 축구를 하겠다고 맨발로 뛰어나오더라"며 "입을 옷조차 없는 아이도 축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의 남수단 축구 제자 중에서는 우리나라 축구팀에서 뛰는 선수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안산 그리너스 FC에 진출한 뒤 현재는 세미프로 최상위 리그인 K3 춘천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하는 마틴 사위가 그 주인공이다.
임 감독은 "남수단에서는 마틴이 영웅"이라며 "한국어도 정말 잘하고 선수 생활을 마치면, 코치 수업을 하고 남수단 국가대표 감독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임흥세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8.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病魔) 이겨내고 다시 아프리카로
그렇게 돌아간 남수단에서 임 감독은 현지 국가대표팀 감독을 제의받았다. 그는 "톤즈에 '임흥세라는 축구감독이 있다'고 남수단 전역에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며 "체육부 장관과 차관과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감독을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유니폼조차 없었던 남수단 국가대표팀을 성장시켜 지난 2020년 동아프리카 20세 이하(U-20) 챔피언십에서 강호 케냐를 꺾고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임 감독이 처음 축구장 벤치에 앉아 있으면 '누구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남아공, 남수단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가는 곳마다 한국에서 온 축구 대부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임 감독의 목표는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아프리카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축구 꿈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신께서 건강만 주신다면 앞으로 5~6년을 직접 운동장에서 축구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archive@news1.kr<용어설명>■ 디디에 드로그바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구단 첼시에서 활약한 코트디부아르 국적의 전 축구선수. 지난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내전 중인 정부군과 반군을 향해 "부디 총을 내려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휴전이 이뤄져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