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단에 금니로 그려넣은 이정의 ‘월매’(왼쪽 사진)와 5만 원권 뒷면에 그려진 대나무의 모티브가 된 ‘풍죽도’. 이정의 화첩인 ‘삼청첩’전면이 최초 공개된 대구간송미술관의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종의 고손인 이정은 조선 묵죽화의 기준이 되는 인물로, 우리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인화가로 꼽힌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박동미 기자
5만 원권 지폐에 신사임당 초상화가 새겨진 걸 알면서도,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앞면이 그러니, 뒷면은 어떻겠는가. 대나무와 매화 그림이라면 조선 최고로 일컬어지던 두 화가의 대표작이 서로 겹쳐 그려져 있지만, 봐주는 이는 드물 주부캐피탈대출 다. 바로 탄은 이정(1554∼1626)의 ‘풍죽도(風竹圖)’와 어몽룡(1566∼?)의 ‘월매도((風竹圖)’. 특히, 세종대왕의 고손인 이정은 조선 묵죽화의 기준이 되는 인물로, 단원이나 혜원만큼 대중적으론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술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왕실 출신 문인화가로 꼽힌다.



연체중‘삼청첩’에 실려있는 이정의 ‘신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지난 23일부터 열고 있는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는 이정을 집중 조명한 사실상 첫 전시다. 5만 원권에 실린 ‘풍죽도’ 실물은 물론, 이정 화업의 핵심이자 백미 재학생 라고 할 수 있는 ‘삼청첩(보물)’이 최초로 전면 공개된다. 삼청(三淸), 즉 ‘세 가지 맑은 마음’을 상징하는 매화, 대나무, 난초를 그린 화첩이다. 여기에, 당대 최고 문인이었던 최립, 한석봉, 차천로 등이 글을 더했다. 따라서 전시명 ‘삼청도도’는 추위를 이겨내는 절개(매화)와 꺾이지 않는 곧음(대나무), 은은하고 고결한 마음(난)이 ‘도도’, 즉 물 mmf원금 흐르듯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한음 이덕형의 ‘묵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공면과 표지, 그리고 글을 지우려고 사선으로 내려그은 선까지, 전체 56면이 남김없 주택청약부금 소득공제 이 공개된 삼청도는 흰 바탕에 검은 그림이 아니라, 검은 바탕에 금색 그림이다.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로 그려 넣은 것. 지난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신현진 학예연구사는 “한지에 묵으로 그릴 때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 재료도 귀해 한땀 한땀 조심스럽게 붓을 놀렸을 테니, 이정의 실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이 이토록 호사스럽고, 그리기도 까다로운 재료를 택한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 삼청첩이 제작된 건 1594년. 임진왜란 발발 2년 후다. 당시 왜군의 칼에 오른팔을 찔려 거의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던 이정이 2년간의 회복기를 거친 후 처음 그린 것이 바로 삼청첩이다. 조선의 무너진 자존과 사기를 북돋우고, 동시에 자신의 건재를 알리고자 한 간절함이 자신의 최대 역작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삼청첩’이 공개된 전시장 전경. 표지를 비롯해 56면 전체를 소개하기 위해 전시관 하나를 모두 삼청첩에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박동미 기자


시대 정신과 함께 태어났으나, 시대의 격랑에 휩쓸리기도 했다. 삼청첩은 이정이 세상을 뜬 후 선조의 부마인 홍주원에게 넘어갔고, 병자호란 때는 화재로 소실될 뻔했다. 유학자 송시열이 책의 발문을 적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검은 사선을 그은 흔적도 여러 군데다. 19세기 외세 침탈 과정에선 일본으로 반출돼, 당시 소유자가 입수 경위를 일본어로 맨 뒤에 적기도 했다.
1935년 삼청첩을 다시 조국으로 가져온 건 간송 전형필이다. 당시 경성의 좋은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었는데, 간송은 삼청첩을 455원에 구입했다고 일기에 기록했다.
허용 대구간송미술관 학예총괄은 “임진왜란·병자호란·일제강점기를 버텨낸 이 유물 자체가 민족의 극복 서사를 담고 있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전면 공개하게 된 것은 그래서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김진만의 ‘묵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전시관 하나가 온전히 삼청첩을 위해 쓰인 것도 주목된다. 책이 한장 한장 펼쳐진 채 뉘어져 있어, 관람이 수월하다. ‘풍죽도’ 역시 별도 특별섹션에서 사각거리는 대나무숲 소리, 잔잔한 영상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이정의 유일한 인물화 ‘문월도’도 소개된다.



이정의 ‘풍죽도’ 설치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이와 함께, 전시는 한음 이덕형(1561∼1613)과 오달제(1609∼1637)의 대나무와 매화 그림, 그리고 일제강점기 항일 지사들의 매·죽·난 작품들도 선보인다.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김진우의 창칼을 닮은 묵죽화, 항일독립군의 초석이 된 이회영·대한광복회 회원으로 군자금 모금 활동을 벌인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김진만 등의 작품 등 총 100점이 나왔다.



항일지사들의 작품이 소개되는 4부에서는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김진우의 ‘묵죽화’를 볼 수 있다. 간송미술문화문화재단 제공


전인건 관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시대에 따라 절의지사들이 남긴 그림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살펴보며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람료 1만1000원, 전시는 오는 12월 21일까지.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