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석 야영지는 전망이 트여 있고,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야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나선형의 신기한 동굴을 발견했다. 낯선 동굴 입구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섰다. 몇 발짝 들어가자 갑자기 동굴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입구를 가릴 정도의 거대한 무언가 살벌하게 움직였다. 웅~웅~ 소리와 함께 서너 번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 혼비백산해서 냉큼 뛰쳐나왔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바로 모퉁이를 돌았다.
이번에는 쌍둥이처럼 똑같은 크기의 동굴 입구 두 개가 나타났다. 볼수록 신기한 곳이었다. 좀 전에 쫓기듯 뛰쳐나온 모양새가 민망했던 터라 호기롭게 왼쪽 동굴로 들어갔다. 약간 위로 경사진 동굴은 누가복음6장31절 좀더 습하고 음침했다. 입구가 아래쪽이라 빛이 잘 안 들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빳빳한 잡초들이 무릎까지 닿아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발 밑은 물기로 질척거렸다. 여기서 되돌아 나가면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



한니동 계곡을 건너고 있는 국민은행 대출이율 김혜연씨. 바위마다 이끼가 무성하기 때문에 발을 디딜 때는 주의해야 한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보자!'
동굴은 점점 가파르고 좁아졌다. 발을 잡아 끌던 기분 나쁜 잡초가 사라졌다. 좁아진 동굴 안에서 더운 바람이 새어 나왔다. 여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원도 인제인데 전액장학금 생활비대출 ? 열기가 나오는 동굴이라니! 인제 토박이로서는 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좁아진 구멍 안으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나오는가 싶더니 물과 함께 초속 10m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동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야생화 천지, '배달은석' 박지
"엣췌~!!!!! 이놈의 날파리들. 도대체 왜 이렇게 달라 붙는 미국모기지상품 거야!! 귀에서 알짱대더니, 이번엔 코에 들어갔어!!"
산행 시작하자마자 온 몸에 들러붙어 윙윙거리는 날파리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콧속까지 날아 들어간 날파리 때문에 재채기를 했다. 그러니까 날파리는 생애 처음으로 이상한 동굴(내 귓구멍과 콧구멍)을 발견했고, 그 속을 탐험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잠시 날파리의 입 신용카드매출조회 장을 상상하며 그들을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다. 앞서 걷던 혜연이가 발을 멈추고 뒤돌아서 말했다.



개인약수 옆에 '인제 천리길'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벌레 기피제를 챙겨왔어야 했는데. 동석산에서 그 고생을 하고 또 깜빡했네요."
날파리에 둘러싸인 혜연이도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전국적인 비 소식에 '자전거 캠핑을 갈까?' '산에 갈까?' 고민하다가 전날 저녁에 비 소식이 적은 인제로 달려 온 것이다. 결국 여름 산행의 빌런인 벌레들을 간과하고 말았다. 방태산은 몇 번 가봤지만, 전부 겨울 산행뿐이었다. 게다가 개인약수 코스는 처음이었다. 강원 지역의 일기예보상 첫째날은 맑고, 둘째날 오후부터 비가 시작된다. 맑은 날은 무더우니 물이 많은 계곡으로 오르고, 다음날은 비가 내리기 전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는 거리가 짧은 코스로 정했다. 언제나 그렇듯 계획상으로는 완벽한 컨디션이었다.



이번 방태산엔 계곡 수량이 풍부했다. 곳곳에서 미니 폭포가 눈에 띄었다.


빌런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제의 날파리들은 동네 잔치라도 벌인 듯 이웃사촌의 사돈에 팔촌까지 죄다 불러와 거대한 몸뚱아리 이곳저곳을 탐험했다. 겁도 없이 눈코입으로 돌진하는 건 기본이었다. 윙윙 소리에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스틱으로 온 몸 주변을 휘저었다. 선선한 날씨임에도 바람이 없는 숲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은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배낭을 벗어 던지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어쩌면 땀보다는 주변을 맴도는 빌런들을 떼어내고 싶은 간절함이 더 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잠시 앉아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미니 폭포는 청량감을 더했다. 날파리만 없다면 무릉도원을 떠올리며 만끽했을 청정 계곡이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계곡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느낌상 마지막인 듯한 용소를 지날 때였다.



노을지는 배달은석 야영지. 주억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암릉이 즐비하다. 비가 내리는 다음날 아침은 위험해서 우회길을 이용했다.


"언니! 여기서 야영하면 정말 좋겠네요. 물 깊이도 딱 좋고."
여느 유명한 계곡처럼 다이빙할 정도의 용소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게. 우리 날씨도 더운데 여기서 야영할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비 오기 전에 정상 찍고 하산하면 되니까."
슬쩍 혜연이를 떠봤다.
"저는 상관없어요. 근데 우리가 과연 정상을 찍을까요?"
의심 가득한 혜연이가 물었다.
알고 있다. 혜연이도 나도 내일 아침이면 그냥 하산할 것이다. 그건 내일의 나와 혜연이의 몫이다. 죄책감 따위는 내일의 우리에게 떠넘기고 배낭을 내렸다.



밤하늘의 구름과 별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김혜연씨.


"혜연아, 우리는 산을 만끽하러 온 거지 고행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아~ 눼에 눼에~"
이번에도 혜연이는 모른 척 나에게 동조해 주었다. 신바람이 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낭에서 텐트를 꺼내 빛의 속도로 텐트를 쳤다. 텐트 치는 올림픽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혜연이는 용케도 비자립 텐트를 너덜 바위 위에 완벽하게 피칭했다.
"나도 네 나이때는 외줄 위에서도 완벽하게 텐트를 쳤지."



배달은산에서 바라본 하늘. 구름이 뫼山 자 형상을 만들고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통나무에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짐을 푸는 혜연이를 바라보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했다.
"아~ 눼에~ 어련하셨겠어요? 민 꼰대님!?"
혜연이는 이제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했다. 우리는 한바탕 웃어 댔다.
발을 담그기 위해 등산화를 벗었다. 용소에 한 발을 담그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왔다. 이미 땀은 식었고, 물은 얼음장 같았다. 우리에게 용소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텐트를 접었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잘대며 가던 길을 그대로 걸었다. 더 이상 계곡 물소리는 없었다. 그동안 계곡은 비단길 같은 등산로와 거대한 바위 틈으로 떨어지는 멋진 폭포수로 끼 부리며 우리를 유혹했지만, 배신하자마자 가차 없었다. 길은 급격히 가팔라졌다. 허리 위까지 올라오는 나무와 잡초들은 등산로를 꽁꽁 숨겼다. 무릉도원은 오간 데 없이, 사경을 헤맸다. 인제 날파리들은 사돈의 팔촌도 모자라 속초, 강릉의 조직원들까지 집합시킨 듯했다. 잡초에 파묻혀도 머리 위에서 대기했다가 다시 헤어나오면 몸에 달라붙었다. 직벽에 가까운 위태로운 등산로 위에서 몸을 잡아 끄는 잡목들을 헤치며 날파리들과 사투를 벌인 지 한 시간쯤. 드디어 깃대봉에 올라섰다.



북쪽 하늘의 궤적사진.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짙어지고 새벽녘에는 비가 내렸다.


정상부도 잡목이 무성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에 날파리들은 사라지고, 능선이 이어졌다.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멀지 않은 곳에 배달은석이 보였다. 널찍한 헬기장이 나타났다. 무성한 잡초들 틈새에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초원 위에 선 혜연이는 청명한 하늘을 향해 걸어 나아갔다. 쉴 새 없이 바람에 떠밀리던 구름이 신기하게도 정확히 뫼 山 자를 만들었다. 배달은석에서의 야영은 운명이었나보다. 짐을 풀고, 선선한 자연 속에 자리잡았다. 주변엔 온통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금세 해가 지고 하늘이 불그스레하게 물들었다. 계곡에서 멈추지 않기를 잘했다. 대화에 빠져 있는 사이 까만 밤하늘에도 야생화만큼 수많은 별들이 피어났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배달은석 야영지. 야생화를 피해 텐트 두 동을 설치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험난했던 빗속 하산
여명도 없이 캄캄한 새벽녘. 텐트에 닿는 미세한 소리에 눈을 떴다. 잠시 후 후두둑 소리를 내며 비가 내렸다. 우리는 재빨리 짐을 챙겼다. 텐트 밖은 온통 하얗게 뒤덮였다. 우린 해발 1,416m의 비구름 속에 갇혀 있었다. 하얀 어둠 속에서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잡목들을 헤치며 비에 젖은 미끄러운 바위와 나무뿌리가 도사리고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다. 길은 여전히 험난했지만 인제 난봉꾼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하산길도 계곡을 따라 급경사로 이어졌다.
이끼로 뒤덮인 큼직한 너덜바위를 빙판 위를 걷듯 조심스레 밟으며 내려갔다. 개인약수가 보이자 혜연이는 양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업혀 왔다 걸어 내려간다'는 개인약수의 쇠 맛 나는 탄산수를 맛보고 힘차게 남은 길을 걸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110km 같은 11km의 기나긴 산행이 끝났다. 불청객이 있었지만, '오늘은 맑음, 내일은 비'를 알차고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날파리 접근을 막는 정석 옷차림.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 속의 날파리는 왜 우리 몸을 탐험하는가?
1 가뜩이나 힘든 등산객을 더욱 괴롭히는 여름철 빌런 날파리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숙주를 찾아다니는 날파리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산행 시 등산객이 입과 코로 내뿜는 거친 날숨은 날파리들이 감지하기 딱 좋을 것이다. 땀과 체취도 날파리를 유인하는 물질인데, 귀에는 피지선과 땀샘이 많다. 따라서 얼굴의 모든 구멍은 날파리들의 매력적인 탐색지가 되는 것이다.
2 날파리의 접근을 피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 시트로넬라, 유칼립투스, 레몬그라스 성분의 천연 벌레 기피제품은 피부에 안전하면서 벌레의 접근도 막을 수 있다.
* 스티커로 된 벌레 패치를 부착한다.
* 수건이나 물티슈로 얼굴 주변의 땀을 수시로 닦아 준다.
* 반다나로 귀를 막아 준다.
* 벌레는 밝은 색상의 옷보다 어두운 색상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 향수 사용을 자제하고, 로션도 무향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버그넷이 결합된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