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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동생에겐 대학시절 내내 붙어다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동생과 내가 함께 자취하던 집에도 종종 놀러오던 아이였고, ‘뉘 집 자식인지 참 착실하게 생겼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외모의 모범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필리핀 세부로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여기까지는 여느 평범한 모범 청년처럼 순탄한 사회 진출이었다.
실직과 이혼 뒤 은둔
하지만, 30대 초반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성격 차이로 이혼까지 겪으면서 그는 고립상태에 들어갔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모든 관계를 끊어버렸다. 남동생은 그 친구가 세부에서 한국예금은행 기념품으로 사다준 냉장고 마그넷을 보면서 언제쯤 다시 연락이 오려나 한참을 기다렸다.
남동생은 기적처럼 10여년 만에 우연히 길에서 그 친구를 만나게 됐다. 동생은 친구를 이끌고 인근 카페에 들어갔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동생의 질문에 친구는 심상치 않은 대답을 했다. 길고 긴 말을 정리하자면 “나는 지금 모 국가의 스파이로 일하고 있 국민은행 중소기업 대출 기 때문에 일을 자세히 밝힐 수 없다. 지금도 우리 대화가 도청되고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의 언어는 두서가 없었고, 그의 눈빛은 공허하게 흔들렸으며, 그의 손발은 가늘게 떨렸다. 서둘러 도망치듯 떠나는 친구로부터 다행히 핸드폰 번호는 받아냈다고 한다.
남동생은 그를 아는 주변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친구들은 합세해 저신용자대출 모든 인맥과 정보망을 동원해 이 친구 가족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그의 아버지가 지방 공무원이었고, 형제 중 한 명이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졸업했다는 기억 등을 바탕으로 에스엔에스와 동창회까지 다 뒤져서 겨우 가족과 연락이 닿았고, ‘아무래도 이 친구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데, 가족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족 대부업체대출 은 “아이가 이혼과 실직 이후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몇 년을 은둔하더니 망상장애가 왔고, 가족들이 아무리 병원에 데려가려고 노력해도 몸싸움까지 하는 등 저항이 너무 심해 병원에 데려가는 데 실패했다”며 “친구들이 가끔 안부 전화를 걸어주고 만나주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 그 목소리에는 지난 10여년간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체념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지급실행 친구들은 순번을 매기고 조를 짜서 이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밥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전화 통화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는 늘 “도청당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가 어렵다” “감시인이 따라 붙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다”며 통화도 만남도 피했다.
일과 사랑의 위기는 생존의 위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일과 사랑’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는 ‘과업과 관계’이거나, ‘직업과 결혼(연애)’, 또는 ‘생계와 돌봄’이다.
취업 실패와 실직, 이혼과 사별 등은 바로 ‘일과 사랑’의 위기들이다. ‘일과 사랑’의 위기는 곧 생존의 위기이기도 하다. 일은 사회적 생존과 관련돼 있고, 사랑은 심리적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혼, 사별, 구직 실패와 실직은 인생의 가장 큰 위기들이다. 게다가 일의 위기는 사랑의 위기로 연결되기도 하고, 사랑의 위기가 일의 위기로 파급되기도 한다. 실업과 구직 실패는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혼은 사직이나 사업 실패로 연결되기도 한다. 하나의 위기가 고통이라면, 두 개의 위기는 절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립에 들어가는 이유다. 삶의 목적도 의미도 방향도 잃어버리는 것이다.
자발적 고립 1년 넘으면 도움 필요
올해 초 출간된 ‘리커넥트’(저스피스)는 100여명 고립 당사자를 인터뷰한 뒤 고립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책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고졸 알바생부터 명문대 출신 대기업 직원까지 다양한 배경의 고립 당사자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책은 ‘인간은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고립의 시기를 거친다’고 주장한다. 실연이나 이혼, 사별, 실직이나 취업 실패, 경제적 위기나 파산 등은 누구나 한번쯤 겪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은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몇 달 회복기를 거친 뒤 다시 동굴 밖으로 나오는 ‘자발적 고립’에 그친다. 하지만 이 시기가 1년 이상 길어지면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비자발적 고립’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책은 설명한다.
저자인 장재열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립 당사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말들을 일러줬다.
“잘 지내?” “어떻게 지내?”라는 말은 그들을 도망가게 만드는 말이라고 한다. “잘 지낸다”고 답하는 건 거짓말이고, “못 지낸다” 하면 왜 못 지내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될 거 같은 부담감이 들기 때문이다. “힘내”라는 말도 지금 힘을 낼 수 없는 그들을 위축시키고, “넌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는 말도 그들의 막막한 현실을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말은 “네가 생각나서 연락했어. 너도 내가 생각나면 연락해”라는 느슨한 연결의 제안이라고 한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연결될 누군가가 있다는 연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거다.
“생각나면 연락해” 연결감은 최선의 위로
나에게도 오래전에 번아웃으로 실연과 사직을 동시에 겪으며 고립에 들어간 친구가 있었다. 몇몇 친구와 함께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혼자 있으면 그나마 견딜 만한데, 결혼생활도 직장생활도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만 실패했다는 게 더 또렷하게 느껴져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 정직한 고백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들 커피 잔만 내려다보다가 헤어졌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가끔씩 그 친구에게 책 선물을 보내거나 커피 쿠폰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친구는 1여년 시간이 지난 끝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새 직장을 알아보고 새 동호회에 들어가고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내가 답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도 꾸준히 연락해줘서 고마웠어. 덕분에 조금씩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연결감’이야말로 고립을 위로하는 가장 정확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김이후의 정확한 위로는?

필자는 언론사에서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한 뒤 지금은 프리랜서로 글을 쓰며 먹고 삽니다. 현재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찾아와서 고민을 얘기하면 ‘정확한 위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인터넷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더 많은 ‘정확한 위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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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의 정확한 위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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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 afterthislif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