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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에게 복음 전하자”
미국 감리교 여성 교인들이 주축이 된 해외여선교회를 아시나요? 올해는 개신교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감리교의 아펜젤러, 장로교의 언더우드 선교사가 1885년 4월 5일 한국에 첫발을 디딘 것을 기준으로 삼지요. 일반적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아펜젤러와 같은 해인 1885년 스크랜턴 대부인이라는 여성 선교사도 한국에 왔습니다. 감리교 선교사였지요. 그런데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대부인을 파송한 신용평가사시험 주체는 다릅니다. 남성인 아펜젤러 선교사는 미국 북감리교(미감리회) 교단이 파송했고, 스크랜턴 대부인은 미국 감리교 해외여선교회(이하 여선교회)가 보냈습니다. 스크랜턴 대부인의 아들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온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사는 북감리교가 파송했습니다.



박정해 미감리 저축은행 정기예금 교회 대한부인선교부 유지재단 이사장이 재단과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이사장 옆엔 이화학당을 설립한 메리 스크랜튼 여사의 감리교 한국선교 130주년 기념패가 보인다./ 조인원 기자


파송한 기관이 다르다는 것은 선교에 드는 비용을 지원한 주체가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그 차이는 농협시중은행 무엇일까요? 여선교회는 여성 선교사를 전 세계에 보냈습니다. 흔히 ‘감리교’로 뭉뚱그려서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 감리교 선교 역사에서 미국 여성 교인들의 헌신은 대단했습니다. 저도 최근에야 그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오는 30일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는 ‘연합감리교회 유지재단 100주년 축하 행사’가 열립니다. 이 자리는 미감리교회 대한부인선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교부 유지재단과 남감리교회 대한선교부 유지재단, 미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유지재단 등 감리교 계열 3개 유지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입니다.



언덕 위의 동대문 릴리언해리스기념병원과 아래 볼드윈교회. /ⒸGCAH


여 부천직장인밴드 선교회의 시작은 1869년입니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이 끝난 얼마 후였지요. 전쟁을 거치며 여성으로서 가능성을 자각한 여성 교인들이 선교 후원 조직인 여선교회를 설립했습니다.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 경험을 했으며 선교 열정을 가진 여성이 늘어난 시대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당시 모토는 ‘여성이 여성에게 복음을 전하자(Extend the Gospel to Women by Women)’였다고 합니다.



평양의 여성병원인 광혜녀원(오른쪽)과 기홀병원의 1918년 모습./ⒸGCAH


“여성들이?” 폄하 딛고 학교·병원·사회복지시설 설립
그러나 당시엔 미국도 여성 지위에 대한 의식이 희박할 때였습니다. 여성들이 선교 조직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남성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합니다. “여성이 돈을 모으면 관리는 우리가 하겠다” “모금액의 4분의 3은 조직 유지비로 사용될 것” “내버려 두라. 반대하지 말고 그냥 두면 사라질 것”이라며 폄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놀라운 추진력으로 그 같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지요. 1869년 인도를 시작으로 중국, 멕시코, 남미, 일본, 불가리아 등에 선교사를 파송한 데 이어 1885년 스크랜턴 대부인을 한국에 파견했지요. 한국 선교엔 두 여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루실 볼드윈이란 여성이 “하나님께 바치기로 결심한 약간의 돈을 맡길 테니 한국 선교를 위해 써달라”고 했고, 메리 스크랜턴 대부인은 “내가 가겠다”고 한 것이지요. 두 여성의 결심은 여성들의 한국 선교의 누룩이자 마중물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여선교회 7개 지회가 스크랜턴 부인에게 첫해 3303달러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스크랜턴 대부인은 1885년 10월 서울 정동에 초가집 19채와 주변 부지를 선교 기지로 매입하고 이듬해 선교사 사택, 학교, 기숙사 용도로 큰 한옥을 짓습니다. 이것이 여선교회의 첫 사업이었고, 후에 설립된 유지재단의 재산 목록 1호였습니다. 물론 미국의 남북 감리교단도 선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지요.



태화사회관의 1939년 모습. 미감리교회 여선교회는 학교, 병원과 함께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했다. /ⒸGCAH.


여선교회는 이후 1940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약 400명의 여성 선교사를 한국에 파송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근대식 교육과 의료, 사회복지 시설까지 전수했지요. 이화학당을 설립한 스크랜턴 대부인을 비롯해 의사 선교사였던 로제타 홀과 메리 커틀러, 공주 영명학교를 비롯한 충남 일대에 교회와 학교를 설립한 사애리시 선교사 등이 여선교회가 파송하고 후원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이화학당, 배화학당, 개성의 호수돈여학교를 비롯한 학교와 평양의 여성 병원인 광혜녀원, 서울의 동대문부인병원(이화여대 의대 부속병원 전신), 태화사회복지관 등을 설립하며 여성 교육과 의료, 사회복지 사업을 전수했지요.



해주 결핵요양원 안에 지은 로제타홀예배당./미감리교회 대한부인선교부 유지재단


선교는 사람(선교사)과 돈(선교비)이 함께 있을 때 가능했습니다. 여선교회는 미국 감리교 본부보다 더 많은 헌금을 모아 선교비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1937년 기준 사업비가 여선교회는 15만 7800달러로 미감리교회 선교부 1만 5692달러의 거의 10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선교 재산을 관리하는 유지재단이 설립된 것은 1920년대입니다. 처음 선교사들이 한국에 왔을 때에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었기에 한국인 교인들의 이름으로 매입했다고 합니다. 1924년 미감리교 조선부인선교부 유지재단, 1925년엔 남감리교회 조선선교부 유지재단, 1926년엔 미감리교회 조선선교부 유지재단이 각각 설립됐습니다. 조선부인선교부는 여선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이었고, 남감리교회와 미감리교회는 각각 남감리교와 북감리교의 재산을 관리했지요. 재산 관리는 꼼꼼하고 엄격했습니다. 학교 부지 구입 대금과 신축 비용 등을 일일이 여선교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는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일부 비용에 대해선 ‘승인할 수 없어 유감’이라는 내용도 있고요.



배화여학교의 1929년 모습. /배화여자고등학교


이들 재단의 재산은 1940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몰수됐다가 광복 후 되찾는 노력을 통해 대부분 회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선교본부의 정책 변화로 1968년 충남 온양에서 열린 ‘온양협의회’에 따라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기관의 재단으로 차례차례 재산권을 이양했지요. 여선교회 역시 선교사 사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을 한국인에게 넘겼습니다.



개성에 있을 당시 호수돈여학교 본관(왼쪽)과 대강당. /호수돈백년사


‘스크랜턴 장학회’ 통해 저개발국 여학생 2900명에 장학금
감리교 계통의 3개 유지재단이 뜻을 모아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한국은 1973년 이미 유엔이 정한 빈곤선(일인당 하루 소득 1달러)을 넘어 연소득 400달러가 되었고, 2000년대 이후 한국 감리교는 미국 감리교보다 더 많은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게 됐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2007년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김혜선 목사를 사무총장으로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를 창립한 것입니다. 리더십센터는 ‘스크랜턴 장학금’을 만들었습니다. 100여 년 전 우리가 스크랜턴 대부인을 비롯한 선교사들로부터 근대화의 세례를 받았듯이 받은 은혜를 도움이 필요한 나라의 여성들에게 ‘흘려보낸다’는 뜻입니다. 장학금 수혜자는 여학생. 국민소득 일인당 미화 5000달러 이하의 나라 기독교 대학 총장 추천을 받아 학비 100%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동남아와 아프리카, 볼리비아와 브라질 등 16개국 61개 학교에서 2916명이 장학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감리교회 대한부인선교부 유지재단이 100주년을 맞아 펴낸 '100년의 유산' 표지.


현재 미감리교회 대한부인선교부 유지재단 이사장은 박정해 변호사가 맡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사법시험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세계관이 변화한다는 뜻이며 전 세계엔 아직도 그런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이 많다”며 “우리가 100여 년 전 선교사들로부터 학교, 병원,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았듯이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흘려보내자는 것이 재단을 만든 선교사들의 뜻이자 하나님의 뜻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