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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은 마음을 비우고 빈 화분을 가져갔다. 그 안에 정성과 진실, 그리고 용기를 담았다. 빈 화분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찬 화분이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욕심과 거짓을 담은 화려한 화분을 가져갔다. 실은 껍데기만 요란한 빈 화분이었다. 정직 법률사무소부민 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남은 게 없어 빈 화분 같은 내 인생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당신의 화분은 빈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당당한 삶보다 가치 있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혼이 노예 상태에 있지 않은 삶.”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얻어 세간의 부러움을 사는 삶이라 해도, 가슴에 심은 거짓의 씨앗에서 평생 불안이 무럭무럭 자라고 수치가 꽃을 피우는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빈 화분에 실망한 핑에게 아버지가 건네는 말이다. “정성을 다했으니 됐다.” 나만 호구 잡히는 것 같고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쁜 마음 먹지 않고 정성을 다했다면 됐다. 텅 빈 화분보다 더 실망스럽고 더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박완서 선생은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윤동주 시인을 강사로 모시는 상상을 해본다. 그게 가르쳐서 될 일이면 좋겠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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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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