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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남쪽을 바라보면 300m 이상 높이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집값,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과 부자가 모여 사는 동네다. 뉴욕 맨해튼 57번가에 위치한 이 '억만장자 거리' 길이는 1.6㎞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부(富)가 몰린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하늘 위 최상류층 커뮤니티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초대를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월스트리트 기자 출신 저자가 부동산업계 관계자 100여 명을 취재해 베일에 싸였던 억만장자 거리의 실체를 알려준다.
뉴욕 부동산은 눈부신 외관 이면에 복잡한 금융공학과 소송, 방해 공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속살 회생개인파산제도 이 숨어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한 가지는 초호화 부동산 개발 세계는 배짱 없이는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피를 말리는 스포츠 세계와 같다. 입지 좋은 곳에 용지를 마련하고, 금융업자를 섭외하고, 지상 300m 상공에서 공사를 감독하고, 억만장자 구매자를 찾는 데 수반되는 위험은 이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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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거리 캐서린 클라크 지음, 이윤정 옮김 잇담북스 펴냄, 2만원


이 책은 해리 맥클로우와 개리 바넷, 오늘날 뉴욕 부동산 개발업계 두 거물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맥클로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간이사업 대통령을 제외하고 맨해튼 부동산 시장의 흥망성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제 8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건축 당시 주거 전용 빌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426m의 '432파크 애비뉴'를 2015년에 세웠다. 반면 60대 중반의 바넷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원57'의 개발을 추진해 억만장자 거리를 개척했다.
개인회생 자동차할부 뉴욕 부동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나뉜다. 이 위기는 맥클로우에게 씻을 수 없는 큰 타격을 줬다. 앞서 2007년 그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트로피 오피스 빌딩 8채를 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인 72억5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에 차입 매수했다. 금융위기 직전 어지러울 정도로 과열된 시장에서 불과 열흘 만에 성사된 이 거래는 고사장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맥클로우가 갑자기 빚더미에 앉게 되자 담보로 제공한 제너럴모터스 빌딩과 맨해튼 고층 빌딩 3채를 매각하는 것 외에는 사태를 수습할 선택지가 없었다. 맥클로우의 부동산 제국은 무너져 내렸고 아내인 린다, 외아들 빌리와의 관계도 망가졌다. 두 사람 모두 재정적 실수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맥클로우를 원망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부동산 제국을 여러 번 잃었다가 되찾은 전적이 있는 맥클로우는 다시 '432파크 애비뉴'로 부활했다.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자금 조달보다 어려운 일은 건물을 지을 토지를 합병하는 것이다. 바넷은 이 토지 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2000년대 바넷은 뉴욕 타임스 타워의 미래 용지를 놓고 부동산 재벌 브루스 래트너와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됐다. 바넷은 타워 건설을 위해 철거 예정인 11개 건물 중 1개의 작은 주차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용지를 볼모로 삼아 다른 소유주들과 힘을 합쳐 직접 개발을 하거나 래트너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바넷은 용지를 매각해야만 했다.
2005년에는 홍콩 투자자 컨소시엄이 바넷에게 '리버사이드 사우스' 77에이커(약 9만4000평)를 17억6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에 매각하면서 바넷은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원래 그 용지의 지분 30%를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2014년 원57을 세울 무렵 바넷은 뉴욕 부동산업계의 오랜 거인들에게 맞서 싸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야망이 큰 개발업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