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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키도 생기 함께 산 받는 은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 고위 장성과 핵 과학자, 민간인 등을 추모하는 장례식이 지난달 28일 테헤란의 엔퀘랍 광장에서 수천 명의 이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건물 벽에 주요 희생자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12일 전쟁’이 발발한 지 13일로 한 달이 됐다. 이후 미국이 이란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휴전했지만 불완전한 봉합이다.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은 여전하고 이란은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중동 전문가인 엘리 게란마예(Ellie Geranmayeh) 부국장 하나캐피탈직장인대출 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도 "지금은 추가 충돌을 막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 당시 포괄적행동계획(JCPOA∙이란 핵합의)에 참여한 E3(영국∙프랑스∙독일)에 정책을 제언하는 등 이란 핵문제에 오래 관여한 그는 “이번 공습으로 이란 청약가점계산기 은 핵개발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핵무장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란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최근 충돌했듯 이란과 이스라엘도 유사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핵문제는 미국과 이란 면책신청 간 양자 협상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한국 독자들은 북한이 연상돼 우려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깜짝 정상회담이 핵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회담’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격 제안’을 한다면 최근 미국이 ‘시리아 제재’ 한진해운 를 이례적으로 해제했듯 이란도 의외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중동 전문가인 엘리 게란마예(Ellie Geranmayeh) 부국장. 본인 제공


_휴전 추석 할인 이벤트 으로 ’12일 전쟁’은 중단됐지만 불완전한 봉합이다. 재충돌 가능성은.
“‘이번 휴전은 잠깐 멈춤’에 가깝다. 서면으로 된 공식 합의도 없었다. 이번 충돌은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순수한 공중전이었다.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만 전투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의 다층적 방공시스템은 구멍이 뚫렸고, 이란 역시 전례 없는 규모로 타격을 입었다. 8년간 지속된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도 이 정도로 테헤란을 타격하진 못했다. 양측 모두 군사∙경제적으로 소모가 컸기에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_외교적 접근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물론 살아있다. 이란은 지난 2주간 트럼프 행정부에 외교적 접근도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단, 이스라엘이 이란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이란은 지금도 트럼프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백악관을 방문 (7-9일)해 미국도 당장 답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공식 홈페이지에 지난달 26일 공개된 사진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TV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촬영 날짜와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다. 테헤란=AP 뉴시스


_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두고 국제법 위반 논란이 있다.
“미국의 공습 방식은 정말 전례가 없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고 있다. NPT 가입국(미국)이 IAEA 통제하에 있는 다른 가입국을 공격한 사례는 없었다. 더구나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정당한 자위권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확신하고 그 기록은 마땅히 남겨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추가 공격을 막는 창의적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미 워싱턴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의원들과의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_미국의 공습이 오히려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있다.
“IAEA 사찰단이 이란에서 철수해, 아직까지 이란 핵 시설 피해 규모나 제3의 장소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다만 이란 내부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추가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핵개발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리비아 사례가 거론된다. 더구나 이란은 미국의 군사 공격까지 받은 상황이기에 미국과 협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핵무장이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것인데 나는 이런 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_왜 그런가.
“먼저 이번 공습에서 이스라엘의 정보망이 매우 정교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란이 또 핵개발을 시도하면 쉽게 탐지될 것이고 다시 폭격 당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이란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사실상 핵보유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최근 크게 충돌한 사례를 보라. 이란과 이스라엘도 유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국도 공격에 나설 수 있다. 핵무장은 더 위험한 선택지일 수 있다.”
_그럼 이란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과 보다 포괄적인 협상을 하거나 미국이 보증하는 형태로 이스라엘과 영구적 휴전 합의가 필요하다. 이란이 경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면 이스라엘에 폭격 당하거나 미국의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0일 영국 런던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_이 과정에서 유럽의 역할이 있을까.
“매우 제한적이다. 유럽은 더 이상 과거처럼 백악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중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란과 이스라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유럽을 강대국보다는 ‘분열된 국가들의 집합체’로 여긴다. 이들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참상에도 눈을 감으면서 ‘소프트파워’ 이미지도 사라졌다. 유럽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E3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보다는 이란을 압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유럽 입장에서도 우선순위는 중동이 아닌 우크라이나다.”
_그렇다면 유럽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진 않다. 2015년 JCPOA에 참여한 E3가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마지막 지렛대는 스냅백(제재 조치 자동 부활)조항이다. 합의 당사국 중 한 곳이 요청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이란 제재를 자동 복원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것이 올 10월에 만료된다. E3는 다음 달까지 미∙이란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스냅백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스냅백이 발동돼 제재가 복원되면 이란은 NPT를 탈퇴할 것이다. E3가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해법은 E3가 스냅백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을 테니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새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를 설득해야 해 쉽진 않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해법이고, 유럽이 이란 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_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미국밖에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이 JCPOA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제재가 부활하자 이란은 깨달았다. 미국의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_그렇다면 누가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나.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인 마가(MAGA)다. 튀르키예 대통령(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카타르 국왕(셰이크 타밈 반 하마드 알사니)도 있다. 이들 3개국은 과거 유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에게 시리아 제재 해제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이란 자체도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_어떻게 가능한가.
“지금과는 다른 과감한 방식으로 대미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이란과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조가 붕괴된 이후 어느 이란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파격적 제안을 한다면 트럼프가 반응할 수 있다. 물론 한국 독자들은 북한을 연상시키는 이런 방식을 우려할 수 있지만 이란이 전례 없는 행보를 하면 트럼프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
_이란은 중동에서 리더 역할을 계속할 수 있나.
“이란이 지역 강대국으로 남으려면 미국과 합의를 통해 경제를 재가동해야 한다. 헤즈볼라,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이끌던 과거 방식에 의존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란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 최근 시리아 제재를 해제했는지 유심히 보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제재 해제는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이란은 또 ‘포괄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면 트럼프가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민주당 정권하에서는 미국과 합의가 어렵고 다른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트럼프만큼 의회를 장악하거나 단독 행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