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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도 어디에다부산 금정구 서동에 사는 사공혁(44), 전명이(46)씨 부부는 딸 은비(12), 아들 준(10), 딸 은지(9), 아들 현(7), 아들 건(1) 5남매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첫째는 ‘토끼 같은 큰딸’ 둘째는 ‘듬직한 장남’ 셋째는 ‘애교쟁이’ 넷째는 ‘천방지축’ 막내는 ‘귀염이’라며 웃었다. 5남매가 흔치 않아 이미 동네에선 유명 인사다. 아이들끼리 워낙 사이가 좋은 데다 웃음이 많아 ‘동네의 비타민’으로 이름이 났다.



사공혁(뒷줄 왼쪽), 전명이씨 부부와 5남매가 지난 4월 부산의 한 사진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넷째 현, 셋째 은지, 첫째 은비, 둘째 준, 막내 건. 카드비교 /사공혁씨 제공


부부는 최근 아이끼리 놀고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걸 보는 재미에 빠졌다. 사공씨는 “넷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다섯째까지 태어나면서 걱정도 있었는데, 첫째 은비가 둘째와 셋째 숙제를 봐주면서 아이끼리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최근 더워진 날씨로 에어컨을 틀었다가 중소기업진흥공단 연수원 첫째부터 셋째까지 냉방병에 걸려 열이 나고 힘들어했다. 초저녁 거실에 잠든 형과 누나들을 보고 넷째 현이가 베개를 가져다주고 이불을 덮어줬다고 한다. 부부는 “힘들 때도 있지만, 가족이 많은 것 자체가 위로가 된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사공씨 부부는 같은 교회를 다니며 아는 누나와 동생으로 만났다. 결혼했을 때 아내 전씨는 서른네 살이었 국민카드 자동차할부 다. 전씨는 “결혼할 때 나이가 좀 있어서 출산에 대해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그래도 둘 정도 낳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다섯 명을 낳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사공씨는 “아이들이 커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만 어렴풋이 했었다”고 했다.
출산이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부는 아이가 생기는 게 축복이라고 취업성공패키지 생각했지만, 주위에선 육아 어려움뿐 아니라 아이를 낳을 때마다 산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얘기가 많았다. 전씨는 “시부모님이 남편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정관 수술을 받으라고 하셨다”며 “친정 엄마는 셋째를 낳았을 땐 정말 저희를 안 보시겠다더라”라고 했다.
사공씨 역시 “출산과 회복을 반복하는 아내를 보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첫째 수익공유형 은비는 제왕절개를 통해 낳았지만, 전씨가 자연 분만을 희망해 둘째부턴 자연 분만으로 출산했다. 전씨는 “병원에서도 제왕절개를 권했지만, 운동도 하고 건강에도 신경을 써 자연 분만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었다”며 “그 덕에 저도 건강해졌고 아이들도 무사히 낳은 것 같다”고 했다.
아이 다섯 명 육아를 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주위에서 도움도 많이 받는다. 이들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준 이 중엔 가까이 사는 이웃도 있다. 전씨는 “아이가 둘, 셋, 넷인 집이 주위에 있어 서로 돕는다”며 “아이들이 이웃집에 가서 저녁도 먹고, 우리 집에 다른 아이가 와서도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동네 이웃끼리의 공동 육아는 아이들의 풍부한 현장 체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가정의 부모가 다른 가정의 아이들까지 함께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식이다.
예컨대 이웃끼리 아이들을 데리고 유적지나 박물관뿐 아니라 제주 한라산, 강원 태백산 등에도 다닌다. 부부는 “내가 안 되는 시간은 다른 사람이 아이를 돌보고, 때로는 반대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마음도 터놓을 수 있으니 육아가 한결 수월해지더라”라고 했다. 전씨는 “아이의 교육은 결국 부모가 어떤 관점으로 아이를 대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어떤 양육이 좋은 양육인지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고, 애를 키우는 이웃들과도 생각을 나누는 편”이라고 했다.
사공씨는 “장모님과 처형네가 같은 동네에 살고,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을 예뻐해 주신다”며 “무탈하게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었던 건 주위의 배려 덕이 크다”고 했다. 사공씨는 LG유플러스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 복지 정책의 하나로 아이들에게 각각 노트북이 지급됐다. 최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었다고 한다.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사공씨가 대기업에 다니고 전씨도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이 있다. 부부는 “국가나 지자체가 마련한 출산 장려금, 교육 지원금 등 지원책에 혜택을 입고 있어 감사하다”면서도 “다둥이 부모는 육아 기간이 남들보다 더 긴 만큼 지원책도 좀 더 길게 유지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씨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가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연차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회사는 제도가 있어도 연차 사용 등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육아를 위한 경우는 회사가 이를 장려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도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자신들도 매일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매일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란 말을 되새긴다고 한다. 사공씨는 “아이들이 보는 부모 모습이 아이의 기본이 된다는 걸 매일 몸으로 느낀다”며 “아이가 많으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자녀의 잘못에 화가 난다면, 그게 나의 어떤 모습에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했다. 전씨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쁨이 어떤 것보다 더 크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며 “처음엔 육아가 희생인 줄 알았는데, 저희가 받고 배우는 게 훨씬 많았다”고 했다.